•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향후 한미관계나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권교체가 조지 부시 행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이명박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가진 외교안보자문단 간담회 도중 미국 대통령 선거결과를 보고받고 "새로운 미국의 변화를 주창하는 오바마 당선인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제기한 이명박 정부의 비전이 닮은 꼴"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와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에게 서한을 발송하고 당선을 축하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본적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도 동맹관계를 제일 중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새 정부가 들어서는 데 대해 일부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정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오바마쪽하고도 일을 해왔고 오바마 측근 인사와도 접촉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히 이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는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는 지난 2월 미국 상원에서 이 대통령 당선 축하 결의안을 직접 발의하는 등 한국과의 긴밀한 관계 발전에 앞장섰던 분"이라고 말했다. 외교 분야에서 오바마 당선자가 경험이 많은 바이든 당선자의 조력에 무게를 두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자와는 직접 인연이 없지만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와는 상당한 친분이 있다"며 "또 이 대통령은 미국 체류시절부터 (오바마 행정부를 뒷받침하는) 브루킹스 연구소와 연관이 있었고,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는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의 정책변화와 관련해 청와대는 "기업 시장 성장 자유무역에서 노동 규제 분배 공정무역 등으로 정책 중점의 이동이 예상되며 행정부와 상·하원 모두 민주당이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공약 실행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대북정책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한 참모는 "오바마 당선자가 6자회담을 지지하고 있으며 오바마 진영과 협의해본 바에 의하면 부시 대통령이 취하고 있는 정책과 상당히 유사하다"며 "(현재 대북정책이) 계속되지 않겠나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통미봉남'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식량지원이나 6자회담 합의는 한국과 미국이 긴밀한 협의를 통한 것이므로 우려 불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양국 의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는 경우 일부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 한 참모는 "미국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노조 지지를 받기 때문에 (오바마의) 의사표현이 있을 수 있지만 잘 해결될 것으로 본다"면서 "우리가 빨리 액션을 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방한 당시 레임덕 세션에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상기시키면서 "17일부터 시작되는 레임덕 기간동안 미 의회에서 통과시키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FTA 재협상 요구 가능성에 대해서는 "추가(협상)가 될지 보완(협상)이 될지 봐야겠지만 재협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원칙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오바마 당선자가 경선, 대선 과정에서 한미FTA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한미FTA가 양국 통상 관계 뿐 아니라 동맹 관계를 향상시킬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의회 인준을 (오바마) 당선자가 추진하지 않겠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친자유무역 성향을 가진 의원과 한미FTA재계연합 등을 통해 미국 의회와 새로운 행정부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