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차관 중에 고대 출신은 3명 밖에 안되는데 뭐가 고소영이냐'

    고려대 총장이 이명박 정부의 인사 관행을 비난할 때 쓰이는 '고·소·영'이라는 용어에 불만을 나타내며 직접 신문에 글을 올렸다. '고소영'은 이 정부의 인사가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에 편중됐음을 꼬집는 신조어. 

    이기수 고대 총장은 4일 조선일보에 <'고·소·영'이란 말, 이젠 거둘 때>라는 시론을 싣고 "현 정부에서 고대 출신은 장관 1명, 차관 2명, 청와대 수석 1명 뿐으로 역대 정부 중 최저"라며 "고소영 내각이라는 말은 문제의 본질에 대한 논의와 무관하고 사실과도 동떨어진 광고카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장에 따르면 현 정부 내각에는 "소망교회 출신은 2명만이 있고, 영남 출신도 지난 정부보다 낮으며 현 정부에서 고소영의 조건을 모두 갖춘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 

    이 총장은 이어 "사정이 이러한데도 무슨 이유인지 걸핏하면 부처마다 고소영 핑계를 대면서 특정 대학 출신들을 계속 역차별할 정도라고 한다더라"면서 고려대 출신 인사가 오히려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또 '고·소·영' 비난이 "지난 정권에서 있었던 코드인사의 폐해를 막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인 것처럼 위장한다고 하니 실소가 나온다"고 말했다. 또 "있지도 않은 실체를 마치 모르고 있었느냐는 식으로 선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이어 "실체조차 미미한 고소영이라는 용어로 선동적인 공격을 하는 모습은 (고소영이라는) 낙인을 찍어 인재를 낙마시키는 저급한 게임을 연상시킨다"며 "개인의 능력을 펼칠 기회를 주기도 전에 조건에 들어맞는(고소영에 해당하는) 사람을 무조건 제거해 나가는 게임이다. 고소영 출신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인재등용에서 제외된 다수의 사람들은 일차적인 피해자"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 총장은 "자극적인 언어의 사용에 앞서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자 하는 사회적 노력이 아쉽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저급한 말장난에 구애되지 말고 현재의 난국을 타개할 참신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하는 일에 주저 없이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총장의 시론 전문

    '고·소·영'이란 말, 이젠 거둘 때
    중국 청나라의 강희제(康熙帝)는 강함과 유연함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탁월한 국가경영능력과 인재등용으로 유명하다. 그의 인재 등용 지혜 중에서 지금 한국 상황을 생각할 때 특히 떠오르는 것은 "배움과 행함이 모두 뛰어나야 등용한다", "인재를 잘 골라내 적재적소에 임명한다" 같은 것들이다. 위기 때는 말이 앞서는 것보다 행함을 앞세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뽑되 적소(適所)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강력한 소신을 펼쳐 네거티브와 흠집내기를 넘어서는 일이다. 실체가 없고 비판을 가장한 비난과 마타도어가 발목을 잡고 걸림돌이 된다면 이를 돌파해야 하며 국민은 여기에 힘을 실어주어야만 위기가 극복될 것이다.

    한탕주의식의 '묻지마' 비난 사례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실제는 항상 다르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정책을 언급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내각'이라는 신조어도 마찬가지다. 이는 널리 알려져 있듯이 현 정부의 인사가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에 편중됐음을 꼬집는 말이다.

    하지만, 뜯어보면 현실은 전혀 다르다. 현 정부에서 고려대 출신을 보면 장관 1명, 차관 2명, 청와대 수석 1명뿐이며, 장·차관을 합치면 44명 중 3명에 불과하여 역대정부 중 최저이다. 그리고 소망교회 출신은 2명만이 있고, 영남출신도 지난 정부보다 낮으며 현정부에서 고소영의 조건을 모두 갖춘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세간의 오해와 달리 고소영의 존재 자체가 미미한 셈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무슨 이유인지 걸핏하면 부처마다 고소영 핑계를 대면서 특정 대학 출신들을 계속 역차별할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이를 지난 정권에서 있었던 것 같은 코드인사의 폐해를 막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인 것처럼 위장한다니 실소가 나올 뿐이다.

    유명한 행동경제학자인 조지 로윈스타인은 '호기심의 공백이론'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을 때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특정한 지식을 강조해 그들의 지식에 공백이 존재함을 알려주면 효과가 있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선의보다는 악의로 이용되는 경우도 많다.

    고소영이 바로 그러한 예다. '고소영 내각'이라는 말은 마치 "우리 정부에는 새로운 마약이 성행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고소영이다"라고 비판하는 식이다. 이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논의와 무관하며 사실과도 동떨어진 광고카피일 뿐이다. 있지도 않은 실체를 마치 모르고 있었느냐는 식으로 선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열을 올리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인재등용에서 고민해야 할 대목은 오히려 국가를 이끌어갈 인재양성 시스템의 협소함이다. 그리고 새로운 인재의 등용에 대한 열린 마음이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실체조차 미미한 고소영이라는 용어로 선동적인 공격을 계속해대는 모습은 (고소영이라는) 낙인을 찍어 인재를 낙마시키는 저급한 게임을 연상시킨다. 이는 개인의 능력을 펼칠 기회는 주기도 전에 자극적인 광고카피에 들어맞는 사람을 무조건 제거해나가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승자는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지닌 선동자들이고 패자는 순진하고 건강한 시민 모두이다. 물론 고소영 출신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인재등용에서 제외된 다수의 사람들도 일차적인 피해자다.

    수준 낮은 게임용으로 사용되는 용어들은 하나같이 부정적이며 건강하고 생산적인 비판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만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자극적인 언어의 사용에 앞서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자 하는 사회적 노력이 아쉽다. 대통령은 저급한 말장난에 구애되지 말고 현재의 난국을 타개할 참신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하는 일에 주저 없이 나서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