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4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환경운동연합이 3일 후원금 모집을 담당한 실무 간부의 보조금·성금 횡령사건에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특별대책회의를 만들어 쇄신안도 내놓겠다고 했다.

    문제의 실무 간부는 음악극을 공연하겠다면서 산림조합에서 2억4000만원을 받은 뒤 9800만원은 스포츠카 구입과 애인 빚 갚는 데 썼다. 태안 기름유출사고 시민 성금에서도 1억1000만원을 빼내 또 다른 애인에게 줬다고 한다. 환경운동연합 다른 실무진 두 명도 습지사업 보조금 11억원 가운데 66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46개 지역조직에 회원이 15만명으로 아시아 최대 시민단체라는 환경운동연합의 회계처리 투명성이 이 정도였다.

    전직 상근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러 곳에서 같은 명목의 보조금을 받아 놓고 사업은 한 번만 벌인 뒤 제목만 달리한 보고서를 여기저기 제출하고, 카드로 경비를 결제한 뒤 곧바로 취소하는 방법으로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내곤 했다"고 털어놨다. 환경운동연합은 시민단체의 윤리 점수를 매긴다면 상(上) 중(中) 하(下) 가운데 상(上)의 평가를 받던 단체라고 한다. 그렇다면 환경운동연합보다 못한 수백 개의 다른 시민단체 안에선 과연 무슨 일이 벌어져 왔겠는가.

    환경운동연합은 사과문에서 "개발 일변도 정부 정책과 자본의 힘에 맞서 싸우는 데 치중한 나머지 환경운동가들이 가져야 할 가치와 책임감을 추구하는 일에 소홀했다"고 했다. 답답한 사람들이다. 자본과 싸우려면 자본보다 몇 배 윤리적으로 청정(淸淨)해야 할 텐데 윤리 의식이 자본만도 못했으면서 구차하게 말을 돌려 버린 것이다.

    우리 시민단체들은 지난 두 정권 동안 낙선운동, 탄핵 반대, 미군기지 반대 같은 정치운동에 몰두해 오면서 그걸 고리로 청와대, 정부 각 부처, 정부산하 위원회의 감투를 받아 썼다. 그러고 나서 구린내 나는 곳을 수사받기만 하면 정치 탄압의 냄새가 난다고 하니 진짜 냄새가 어디서 나는지조차 모르게 코가 썩어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