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 김대중 정권이 넘겨받은 외환보유고는 얼마였나?"
    "10년 전 주가지수는?" "10년전 환율은 얼마였나?"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3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던진 질문들이다. 한 총리가 "얼마인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이런 거 똑바로 알아야 한다" "이것도 기억 못하나. 총리로서 기억 못하는 건 문제있다"고 쏘아붙였다.

    박 의원은 한 총리가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주가지수를 답변하지 못하자 "이 정부 출범 당시 주가지수는 알고 있어야죠. 그것도 모르고 대정부 질문에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따졌다. 박 의원이 계속 수치를 묻자 한 총리도 불쾌한 듯 "총리가 일일이 수치를 갖고 얘기할 시간은 없다"고 반박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박 의원의 공격에 한 총리는 진땀을 흘려야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쳤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야유를 보냈다. 대정부 질문은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수단 중 하나다. 그러나 대정부 질문은 매번 그 본질과 달리 매번 야당 공세의 장으로 변질됐던 게 사실. 이는 지난 10년간 야당을 했던 한나라당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결국 대정부 질문은 때 마다 새로운 정쟁을 유발하는 역기능을 한다는 지적이 높다.

    대정부 질문 첫날인 이날부터 여야는 이런 악순환을 재연출하고 있다. 질의 내용도 여야 할 것 없이 정책보다는 정치적 질문이 넘친다. 그러다 보니 국회에서 총리와 장관에게 '삼겹살 가격'과 '짜장면 가격'을 묻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연출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박 의원은 17분의 질의시간동안 한 총리를 두 번 불렀고,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각각 한 차례씩 불러 질의했다.

    한 총리를 두 번 불러 물은 내용은 10년 전인 김대중 정부 시절 주가, 외환보유고, 1인당 국민소득과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주가와 외환보유고, 1인당 국민소득이었고 이명박 대통령의 '펀드가입'과 재산환원 여부였다. 김 장관에게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농지법 위반 관련 수사 여부를 물으며 김 장관이 "수사 중"이라고 답하자 "서울지검장이 춘천이라 시간이 걸린다고 했는데 춘천이라 말타고 다니나요"라고 공격했고 강 장관에게는 환율을 따졌다. 17분 질의 시간 동안 정책에 관한 질의 보다는 정쟁을 유발할 질문이 주를 이뤘다.

    박 의원은 한 총리에게 "총리는 아직도 마음속에 오만이 자리잡고 있다" "답변을 보니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 것 같다"는 등의 원색적 공격까지 했고 한 총리도 "인격에 손상되는 말은 안해줬으면 한다"고 받아쳤다. 회의장에선 박수와 야유가 쏟아지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지난 7월 정부를 상대로 한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도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강 장관에게 '삼겹살 600g'가격을 물었다. 당시 강 장관이 "모릅니다"라고 답하자 송 의원은 "모르면서 어떻게 관리하냐"고 몰아붙였다.

    이런 '한건' 공격으로 언론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는모르나 여론은 이런 질문 태도에 쉽게 공감하고 동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송 의원의 '삼겹살' 공격 당시 여의도 밖에선 "가정주부도 삼겹살 600g이 얼마냐고 물으면 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조소가 나왔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의 한 재선 의원은 자당의 한 초선 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위해 본회의장으로 입장하자 "잘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초선 의원은 "뭐 센거 없냐"며 고개를 저었다. 사흘 전 끝난 국정감사를 두고 정치권에선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감 무용론도 나온다. 이런 국감이 끝난지 사흘만에 국회는 정부를 다시 불렀다. 정책질의가 아닌 오로지 정부 공격을 위한 수단이 돼 버린 대정부 질문 역시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