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이명박 대통령의 두 번째 국회 연설. 지난 7월 11일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시정연설을 한 지 108일 만에 국회를 다시 찾았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정부가 위기탈출 해법으로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국회 협조를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야당은 이 대통령에게 경제정책 실패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발걸음은 이번에도 가볍지 않았다. 이 대통령 스스로도 연설 첫 마디에서 "오늘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이 자리에 섰다"고 털어놨다. 7월 시정 연설 때도 이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야당의 강한 항의 속에 국회를 왔다 간 바 있다.

    이번에도 야당은 이 대통령에게 박수를 치지 않았다. 10시 2분 이 대통령은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모두 기립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민노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 단상 근처에 와서야 기립한 뒤 곧바로 앉았다.

    이 대통령은 25분간 마이크를 잡았다. 25분간 시정연설에서 박수는 모두 9번 나왔다. 7월 시정연설에서 30분간 29번 박수가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연설에서 박수는 크게 줄어든 셈이다. 야당 의원들은 아예 박수를 치지 않았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역시 단 한 차례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9번 중 2번을 제외하고 모두 박수를 쳤다. 민노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된 지 4분이 지나자 "서민살리기가 우선입니다"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더 큰 위기가 오고 있습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고 10분 경 전원 퇴장했다.

    29분 연설이 끝나자 이 대통령은 가장 먼저 민주당 의석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난 7월 시정연설 때도 이 대통령은 연설이 끝난 뒤 맨 먼저 박수를 치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 부터 찾아 악수를 권했는데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마지못해 일어서 악수하는 어색한 모습을 연출한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통령이 다가와 악수를 청하자 맨 앞줄에 몇몇 의원만 머쓱한 듯 일어나 악수를 받았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내내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박 전 대표 역시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퇴장하는 내내 기립해 박수를 쳤다. 하지만 이 총재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 야당 대표들은 퇴장 때도 기립하지 않고 박수도 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33분 본회의장을 퇴장해 곧바로 준비된 차량에 타고 국회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