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은 쌀 직불금 문제에 대해 책임을 시인하면서도 이명박 정부와 대립각을 분명히 세웠다. 노 전 대통령은 25일 친노사이트 '민주주의 2.0'에 올린 글을 통해 "제도의 설계가 엉성했던 점은 참여정부의 잘못"이라고 인정한 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이 대통령의 말씀이 생각난다"며 전직 대통령 예우 문제를 끄집어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만 무려 5개의 게시물을 올리며 쌀 직불금 문제와 감사원 중립성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해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제도 개선이 신속하지 못했던 것도 잘못"이라며 "뒤늦게나마 최선을 다했지만 시간이 모자랐다"고 고백했다. 노 전 대통령은 "(앞으로) 더 많은 지적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쌀 직불금 문제가 확산되자 일부 책임은 인정하되 감사원 독립성 훼손이나 부당수령자 은폐 의혹은 차단하기위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은 저에게 '정치보복은 하지 않겠다' '전직 대통령 문화를 새로 만들겠다' 이런 말을 했다"며 "내가 그런 화제를 올린 일도 없는데 먼저 말을 꺼냈고 여러 차례 반복해서 말했다"고 상기했다. 그는 "'정치보복을 당할 일을 한 일이 없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금도 이 대통령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움직임은 국가기록물 무단 반출 사건에 이어 쌀 직불금 논란에 정치적 배경이 있음을 부각해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또 이 대통령과의 대립구도를 명확히 함으로써 친노사이트 개설로 시작된 지지세력 다지기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쌀 직불금 부당수령자 명단 은폐 의혹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은 "참으로 놀라운 상상력"이라며 극구 부인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은 곤란한 문제만 나오면 모두 참여정부탓"이라며 "미루고 덮어 씌우는 솜씨가 과연 그들답다"고 거듭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은 저의 인기가 떨어질 것을 걱정해 은폐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당시 저는 더 떨어질 인기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국회 국정조사 증인채택 논란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원내대표 이런 사람들이 전직 대통령을 국회에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한다"며 "모두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니 오라고 하면 가야겠지요"라고 비아냥댔다. 그는 "굳이 저를 불러다가 모욕을 주고 싶은 거냐"며 "바보 같은 일은 그만 하자"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거리를 두겠다는 의미도 엿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쌀 직불금 논란이 대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저는 선거에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선 당시 민주당 정동영 후보에 대해 '기대하지 않았다'고 고백함으로써 자신이 생각하는 민주당과의 관계를 다시 밝힌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9월에도 "안방 정치,땅 짚고 헤엄치기를 바라는 호남의 선량들이,호남표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수도권 정치인들이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호남의 단결로는 영원히 집권당이나 다수당이 될 수 없고 호남이 단결하면 영남의 단결을 해체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