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9.6%, 화이트칼라 7.0%.

    민주당의 지지율이다. 13일 발표된 중앙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다. 전체 지지율은 10.2%로 제1야당 지지율로는 매우 심각한 상황.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을 지탱하던 한 축인 386세대가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40대의 지지율은 전체 평균 지지율을 밑도는 9.6%였고 화이트칼라층은 더 심각해 7.0%를 나타냈다. 여론조사를 발표한 이 신문은 15일 오피니언란에 김호기 교수(연세대 사회학)의 시평을 실었다. 김 교수는 민주당 토론회의 단골손님이다. 당 정책연구소인 민주정책연구원(원장 김효석 의원)이 자당 지지율 회복과 이를 위한 당의 방향을 찾고자 얼마전 진보 보수 양진영의 논객과 교수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는데 이때 김 교수가 첫번째 강사였다. 참패한 지난 대선 뒤에도 민주당(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은 패배 분석과 향후 당의 진로 모색을 위해 토론회를 열었는데 이때도 김 교수를 발제자로 초청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민주당에 주는 충고'라는 제목의 시평에서 민주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인터넷 공간에서 민주당은 존재가 없는 정당"이라는 경희대 사이버대 민경배 교수의 발언이라고 소개했다. 민 교수의 이 발언도 당내 개혁그룹인 민주연대 세미나에서 나온 얘기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진보정당들은 비판이든 지지든 논란을 일으키는 데 반해 민주당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면서 "'악플'보다 더 서글픈 게 '무플'이라는 말은 바로 민주당을 두고 하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김 교수가 본 민주당의 더 큰 문제는 10대와 20대 젊은 층의 외면이 아닌 지지그룹이던 368세대의 이탈이다. 김 교수는 "민 교수의 이야기는 젊은 세대에 관한 것이라고 치자"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오랜 지지그룹이던 386세대는 어떨까"하고 물었다.

    김 교수가 근거로 제시한 것은 이 신문의 13일 여론조사 결과다. 전체 평균(10.2%)을 밑도는 40대(9.6%)와 화이트칼라(7.0%)의 지지율을 거론한 김 교수는 "386세대에게 민주당은 떠난 연인이 아니라 잊혀진 연인"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문제의 심각성은 이런 지지율이 2006년 지방선거 이후 구조화 돼 있다는 점"이라며 "지난 겨울 대선 득표율이 그러하고 올봄 총선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이 대선 참패의 원인 중 하나를 노무현 전 대통령에서 찾았고 이후 노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시도했지만 지금의 낮은 지지율은 노 전 대통령 탓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누구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여전한 반감이 낮은 지지율의 원인이라고 지적할 지 모르지만 이는 절반의 진실만을 갖고 있다"면서 "이른바 반노의 기억이 뇌리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더라도 노무현 정부는 이미 지나간 권력"이라고 주장한 뒤 "노 전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지만 이것도 노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압도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부재한다는 것을 증거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낮은 지지율 원인을 '리더 부재'에서 찾았다. "정치적 지지에는 현재의 판단은 물론 미래에의 기대가 중첩돼 있고 정치적 리더는 유권자 개개인이 자신의 기대와 열망을 위임하는 일종의 정치적 대행자"라며 "오늘날 어느 나라 어떤 정당이든 국민 다수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해 미래권력을 위한 집합적 경쟁 리더십이 풍성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민주당 정체성에 걸맞는 비전과 정책을 구체화 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여론을 흡수할 수 있는 '리더'를 찾아 경쟁하는 게 더 시급한 과제라고 봤다. 그는 "정치의 독자성은 사람으로 시작해 결국 사람으로 끝난다"면서 "민주당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포스트 DJ(김대중 전 대통령), 포스트 노무현의 리더십이 분명하지 않다는 데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