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5일자 오피니언면에 공주대 교수인 이명희 자유교육연합 상임대표가 슨 시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전교조 서울지부 등은 지금 전국적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이 활동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3학년 학생 11명을 데리고 교외체험학습을 떠났다. 그리고 초등6, 중3, 고1 학생들의 성취도 평가가 실시된 어제(14일)는 평가 거부 학생 78명, 미승인 체험학습 참가자 97명, 학교장으로부터 체험학습 승인을 받은 미응시생 13명 등 전국에서 합계 188명의 중등학생이 체험학습에 참가하였다. 또한 'Say No'라는 인터넷 카페 소속 중등학생 30여 명(학교에 다니지 않는 탈학교학생 약15명 포함)이 서울교육청 앞에서 '한 줄 세우기 교육' 등을 반대한다면서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전교조 등이 중심이 된 전국적인 평가 반대 열기를 생각하면 학생들의 참여가 미미한 게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대한민국 교육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승인해 준 학교장이 있으며, 학생들의 시험거부를 부추기는 교사들이 있고, 또 학생 가운데 학교를 등지고 거리로 뛰쳐나와 성명서를 낭독하며 국가에서 실시하는 평가를 반대하는 아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교육계 갈등의 한가운데에 전교조가 있다고 하는 점에 유념하고, 왜 전교조는 이렇게까지 대한민국 교육정책의 발목을 잡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교조를 비롯한 평가 거부자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전국적 학업성취도 평가가 '교육의 획일화'를 초래하고 '경쟁교육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먼저, 전국적 학업성취도평가가 '교육의 획일화'를 초래한다는 전교조의 주장은 사실도 아니고, 명분도 설득력도 없다.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을 하는 것은 각 학교와 교사의 책무이다. 반면에 모든 학생들의 기초 학력을 보장하는 일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국 통일의 평가가 필요불가결하다. 국가가 기본적인 책무를 다하기 위한 평가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 교육의 획일화를 핑계 대는 것은 전문성을 가지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해야 할 교사가 가져야 할 태도는 아니다. 국가차원의 평가 때문에 획일적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교사의 전문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전국적 학업성취도 평가가 '경쟁교육'을 강화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다. 즉, 학교와 교사 그리고 교육청이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을 줄이고 학력을 향상하기 위한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학생들도 전국적 차원에서 선의의 학력 경쟁을 할 수 있다. 지역자치단체들도 자기 지역의 학교와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경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은 결과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직접적인 이익으로 연결되고, 공교육을 강화시키는 기제가 될 것이다.

    경쟁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기본적으로 권장의 덕목이다. 선의의 경쟁을 부정하는 것은 우리나라 헌법의 기본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을 부정하는 것과 연결된다. 계급주의적 투쟁을 부추기면서도 경쟁은 안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주장을 넘어 실력행사까지 서슴지 않고 나서는 전교조는 스스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자신들이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요즘, 금성사판 근현대사교과서에 반(反)대한민국적인 내용이 다수 서술되어 있다고 해서 문제되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 가운데는 금성사판 교과서를 지지하고 있는 교사들이 상당수 있는 듯하다. 금성사판 교과서에 대한 옹호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부정은 결국 대한민국의 기본가치에 대한 부정이란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전교조 소속 교사 모두가 이러한 전교조의 반대한민국 노선에 동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모든 전교조 조합원을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한민국 전교조 교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