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49)씨의 여의도연구소 행이 자신의 조부인 고 홍조옹 덕에 한결 구체화되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문제(김현철 부소장설)에 대해서는 한 번 논의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표는 "몇 달 전에 그런 얘기가 있었고, 그때 논의를 한 적은 있다. 그런데 지금 들어와서는 별 얘기가 없었다"며 "나도 확실히 모르겠지만 그런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이 최근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버님이 돌아가셨지 않느냐. 그것이 하나의 뭐라 그럴까…(계기가 된 듯 하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고 김홍조옹)가 손자인 현철 씨를 참 사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생전에 늘 현철씨가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셨다더라"며 "이번에 (홍조 옹이)돌아가셨으니까 어떻게 우리가 고인에 대해서도 예의를 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이런 생각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조 옹의 타계로 다시 한번 '김현철 부소장 카드'가 가시화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간 언론에서는 현철씨의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직 임명 여부를 두고 말이 많았다. 앞서 지난 1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지금으로서는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복수의 언론과 당 핵심 관계자들의 말을 취합해보면 '김현철 부소장 카드'는 여권 내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논의는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당 관계자 역시 "간결하게 아주 조금 얘기는 있었지만 오피셜(공식적)하게 논의된 게 아니다"면서 "고 김홍조 옹 장례식장에서 한 당직자가 '다 안고 가야하지 않겠느냐'고 그런 얘길 하더라"고 전했다. 박 대표는 이어 "현철 씨 문제가 있었던 것이 벌써 10년 전의 일"이라며 "'그동안 (현철씨가)10년 동안 전혀 다른 일 없이 아주 근신을 하고 문제없이 지내왔다'는 주장을 하는 분들도 있다"며 현철씨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13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신한국당 시절에 김현철씨가 개인적 비리는 없었다"며 "현철씨는 개인 비리가 없었고, 사실 그 당시엔 대선자금이 그렇게 횡행하던 시대였다. 그 시대의 일을 갖고 꼬투리 잡아서 끝까지 김현철 개인에 대한 부패 문제로 몰고 가서 정계 복귀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DJ(김대중 전 대통령)정부 시절에 DJ 아들들은 전부 개인비리로 구속되거나 문제가 됐지만 그 뒤에 국회의원을 다 했다"며 현철씨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홍준표가 총대를 멨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철씨에 대한 여론이 아직도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김현철 부소장 카드'를 꺼내들었을 경우 쏟아질 비판을 의식해서다. '여론 떠보기'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이같은 애매모호한 스탠스를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13일) 논평을 내 "한나라당이 김현철씨의 부활을 위해 여론 떠보기 쇼를 한 것이라면 가뜩이나 경제위기로 마음 스산한 국민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더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처한 국민들의 근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김현철씨에 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현철씨는 지난 7월 여의도연구소 행이 처음 거론됐을 당시 "앞으로 나도 정치적인 입지를 마련해야 하고 이제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일하고 싶다"면서 "과거에도 나는 여론조사 쪽에서 주로 일해왔고, 그런 점에서 여연이 내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부소장직'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