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인 대표, 방송 발언 번복, “20시간 물 안 작업 불가능”손석희 앵커, 방송사..검증없이 이종인 대표 발언에 의존
  • 지난 18일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는 <JTBC> 스튜디오에서 손석희 앵커를 만났다. 이종인 대표는 다이빙벨의 성능에 대해 묻는 손석의 앵커의 질문에 확신에 가득찬 어조로 답변을 했다.

    손석희 앵커 : 
    "다이빙벨을 제가 들은 바로만 말씀드리자면 '유속에 상관없이 20시간 정도 연속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종인 대표 :
    "네, 맞습니다."

    이종인 대표는 방송에서 다이빙벨을 이용해 수심 100m까지 잠수해 작업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이 대표는 다이빙벨의 성능을 군도 인정했다면서, 다이빙벨 사용에 회의적인 정부와 민간잠수사들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저희(알파잠수기술공사)가 장비가 있고 그런 기술(다이빙벨 기술)이 있고 수심 100m까지 작업을 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어떤 다이빙 군까지 그건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 이종인 대표, 18일 JTBC 뉴스9 인터뷰 중 일부

  • ▲ 알피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왼쪽), 손석희 JTBC 보도본부 사장 2014-04-18 ⓒ JTBC 화면캡쳐
    ▲ 알피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왼쪽), 손석희 JTBC 보도본부 사장 2014-04-18 ⓒ JTBC 화면캡쳐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 예찬에 손석희 앵커는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검토를 요구하면서, 이종인 대표의 발언을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당국에서도 (다이빙벨 투입을) 조금 적극적으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워낙 지금 유속도 빠르고 마스크가 벗겨질 정도로 유속이 빠르니까.
    이게 실제로 검증이 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고려해 봐야 될 문제가 아닌가."

       - 손석희 앵커, 18일 JTBC 뉴스9

    문제의 방송이 나간 직후, 세월호 희생자가족들은 분노했다.

    "해경이 민간 잠수부들의 구조 작업을 막았고 대충 시간이나 때우라고 했다"는 거짓말을 검증없이 내보내 심각한 물의를 일으킨 MBN의 [홍가혜 인터뷰]보다 더 큰 혼란을 초래했다.

    '다이빙벨'의 성능에 관한 오해는 SNS와 온라인을 넘어 국민들에게로 폭넚게 퍼져나갔다.

    다이빙벨을 세월호 실종자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 무결점의 만능도구로 여기는 여론도 형성됐다.

    심지어 다이빙벨만 이용하면 [한 잠수사가 연속적으로, 유속에 상관없이 20시간 동안 구조작업을 할 수 있다]는 오해가 마치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자연스럽게 정부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정부가 유속에 아무런 영향도 없이 무려 20시간이나 구조작업을 계속 할 수 있는 장비 사용을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기자들은 이를 여과없이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했다.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일부 매체의 섣부른 왜곡보도는 가족들이 정부의 구조활동에 강한 불신을 갖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난 24일 오후 5시 20분, 피해자 가족들이 자리한 팽목항 실종자 가족대책본부를 방문한 이주영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이튿날 새벽 1시 35분이 돼서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장장 8시간 동안 이주영 장관과 김석균 청장은 정부의 구조작업에 불만을 품은 수십명의 실종자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함께 팽목항을 찾은 범부처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들도 본부가 있는 진도군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곤욕을 치렀다.

    이주영 장관은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에 8시간 넘게 봉변을 당했지만, 이렇다할 대응 없이 그저 "죄송하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인 실종자 가족들은 이종인 대표가 주장한 것처럼 '다이빙 벨'을 구조 작업에 동원하라고 요구했고 결국 이주영 장관은 이를 받아들였다.

    ☞ 관련기사: 실종자 가족들 "수색 끝날 때까지 장관 못 돌아간다!"

  • ▲ 모자를 쓴 사람이 이종인이다. 그리고 뒤에 보이는 노란색 기계가 다이빙벨이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모자를 쓴 사람이 이종인이다. 그리고 뒤에 보이는 노란색 기계가 다이빙벨이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그러나 26일 사고 현장으로 간 다이빙벨은 두 차례 연속 투입에 실패했고, 이날 이종인 대표는 뉴데일리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말을 바꿨다. 

    "20시간 이상 물 안에서 작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이빙벨을 사용한다고 해도 잠수사들의 감압을 위해 물 밖으로 올라올 수 밖에 없다."

    이종인 대표의 이런 설명은 그가 JTBC에 출연해 발언한 내용과 크게 다르다.
    다이빙벨을 사용하지 못한 이유를 정부와 해경의 비협조탓으로 돌린 그의 발언도 사실과 달랐다.

    이종인 대표는 다이빙벨 사용이 늦어지는 근본적인 이유가 사고현장의 기상 때문이란 사실을 인정했다.

    "파도가 높으면 배가 일단 뜨지 못하고, 간다고 해도 파도가 높으면 크레인(다이빙벨을 내리는)이 흔들려서 다이빙벨을 내릴 수 없다."

    처음부터 전문가들은 세월호 사고 현장에 '다이빙벨'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다이빙벨은 유속을 견디기 위한 장비가 아니며, 유속이 느려 모선(母船)이 고정돼야 사용할 수 있는 장비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고 해역 유속이 6노트에서 7노트 사이임을 감안할 때, 이 대표의 말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고현장 수중의 시계(視界:시력이 미치는 범위)가 10~20㎝에 불과해 구소 및 수색에 난행을 겪는 문제와 관련된 이종인 대표의 발언도 물의를 빚고 있다.

    이종인 대표는 사고현장 수중의 탁한 시계로 인한 구조의 어려움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시계야 눈을 감고 더듬어서 들어가서 하면 돼요."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겪는, '탁한 시계'로 인한 구조의 어려움을 핑계나 변명으로 치부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사고현장 수중의 탁한 시계로 인한 구조의 어려움은 현장에 직접 잠수한 해경의 증언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26일 사고현장에 잠수 뒤 감압을 끝내고 나온 해양경찰청 잠수대원 김동수(41) 경장은 팔목에 찬 시계가 보이지 않을만큼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체 내 격실에 진입하면 팔목에 찬 손목시계가 보이지 않을 만큼 시정이 짧아 손이 눈을 대신했다.

    게다가 선내 구조물들과 떠다니는 카펫, 이불 등을 헤치며 실종자를 찾는 것은 쉽지가 않은 작업이다."

  • ▲ 손석희 JTBC 보도본부 사장 2014-04-27 ⓒ JTBC 화면캡쳐
    ▲ 손석희 JTBC 보도본부 사장 2014-04-27 ⓒ JTBC 화면캡쳐

    손석희 앵커는 언론계 '슈퍼스타'로 통한다.

    그러나 손석희 앵커는 이번 인터뷰에서 이종인 대표의 말을 앵무새처럼 전하는 데 바빴다.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은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JTBC '뉴스9'는 진도 팽목항까지 직접 찾아가 현지 특별방송을 내보내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이빙벨'에 대해 목숨을 걸고 구조작업에 전념하는 현지 민관군 합동구조팀의 의견은 물어보지 않았다.

    이종인 대표 인터뷰에서 손석희 앵커와 JTBC가 가장 크게 잘못한 것은 바로 이른바 [크로스 체킹(교차 확인)]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손석희 앵커와 방송사측의 과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종인 다이빙벨'에 대한 맹목적인 보도로 피해자 가족과 국민들에게 안긴 혼란을 생각한다면, 누구든 분명하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같은 외부기관이 중징계를 결정하기에 앞서,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이 언론으로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