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 군청 상황실 우르르 몰려가 '격렬 항의'"해수부 장관, 해양경찰청장 나와!" 수색 재개, 민간잠수부 투입 요구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장장 '8시간 동안' 철야 면담..사실상 감금?

  • 물살이 약해지는 '소조기' 마지막 날, 분노가 극에 달한 실종자 가족들이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을 둘러싸고 밤샘 '연좌 농성'을 벌였다.

    지난 24일 오후 5시 20분, 피해자 가족들이 자리한 팽목항 실종자 가족대책본부를 방문한 이주영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이튿날 새벽 1시 35분이 돼서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장장 8시간 동안 피해자 가족들은 구조 성과가 부진한 이유와 민간 잠수부들이 전원 철수하게 된 배경 등을 따져 물으며 이 장관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 장관 등이 수십명의 실종자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처하자, 여타 범부처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들도 본부가 있는 진도군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함께 밤을 지새우는 곤욕을 치렀다. 이날 이 장관은 실종자 어머니들에게 이리저리 꼬집히고 욕설까지 듣는 봉변을 당했지만, 이렇다할 대응 없이 그저 "죄송하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 장관은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전에 가족들의 요구가 있어 민간 잠수부원을 철수시켰지만, 실종자 가족 모두가 원한다면 다시 민간 잠수부원들을 사고 현장에 투입시키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실종자 가족들이 원하는대로 '다이빙 벨'을 투입하는 등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구조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또 이 장관은 "앞으로는 사망자 시신을 수습하더라도 DNA 검사만 하고 냉동 컨테이너에 넣은 뒤 수색이 완료되면 한꺼번에 개별적으로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 "민간 잠수부 왜 막았어! 빨리 투입해!"


    소조기(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적은 때) 마지막 날로 알려진 24일, 생존자의 귀환을 바라는 가족들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 예상보다 구조 작업이나 시신 인양 작업 속도가 더디다고 판단한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오전 10시경 직접 사고 해역을 방문하기로 했다. 두 차례 현장 답사를 실시한 가족들은 실제 해역에 투입된 잠수부 숫자가 미미한 것을 보고 격분했다. 이들은 즉각 진도군청 상황실에 마련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로 발걸음을 돌렸다.

    실종자 가족들이 사고대책본부를 찾은 시각은 낮 12시 30분경.

    40여명의 가족들은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들에게 "민간 잠수부는 왜 막았느냐" "빨리 수색 작업을 시작하라"며 격렬하게 항의를 하고 돌아갔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은 오후 4시 30분경 팽목항 가족지원상황실 천막을 찾아 가족들과 면담을 자처했다.

    그러나 분노가 극에 달은 실종자 가족들은 최 차장에게 "당장 수색을 하라"고 고함을 지르며 현장에 배치된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 다음은 오후 4시 20분 ~ 5시 15분 사이, 최상환 차장과 실종자 가족들이 나눈 대화록 전문

    (4시 20~30분 경 팽목항 가족지원상황실 앞이 소란스럽다.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안에서 들린다. 간간이 욕설소리도 들린다. 천막 안을 보니 해양경찰청 최상환 차장이 화이트보드 앞에 서 있고, 가족들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최상환 차장 : 오후 5시에 장관 청장 다 모여서 설명드리기로 하기로 했잖습니까.

    남성1 : 야 XX놈아 3일 다 지났잖아 지금!!!

    최상환 차장 : 지금도 수색하고 있고...

    여성1 : 안하고 있어!! 내가 현장에 갔다왔어. 안하고 있다고 다!! 안하고 있다고 XXX.

    남성2 : 어머니들 얘(최상환 차장) 잡어. 얘 총장 올 때까지 잡어.

    여성2 : 작업 안하고 있다고 XXX아!! 작업 안하고 있다고!!

    최상환 차장 : 4층 선미에 가이드라인 추가하라고 하면 하겠습니다.

    실종자 가족들 : 언제!!

    최상환 차장 : 5시에 회의를 통해..

    실종자 가족들 : 회의는 무슨 얼어죽을 회의야!! 맨날 회의야!!

    남성3 : 자, (마이크 건네주며)대표 필요없으니까. 여기서 니가 다해 이 XXX아.

    (가족 대표가 나와서 마이크를 잡음.)

    가족 대표 : 첫 번째는 4층 선미예요 가이드라인이 한 개밖엔 없습니다. 근데 거기가 외길입니다. 지금 해군에서 산소통 매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12시간은 못들어 간답니다. 유리창을 깨던 해서 뚫어야 할 것 아닙니까?

    두 번째는 지금작업을 전체적으로 본다면은 10%밖에 안됩니다. 90%가 안됐다고 보는 겁니다. 민간잠수부를 투입해주세요. 물론 숙달되지 않은 민간잠수부는 방해가 되겠지만 숙련된 잠수부는 많이좀 투입시켜 주세요. 그리고 잠수부가 몇백명이 투입됐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실제로 투입된건 50명도 안됩니다. 물론 뭐 갔다와서 감압하고 이렇다고 해도.

    세 번째는 심해 깊은데에는 질소가스로 하고 나머지는 머구리로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현재 머구리를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사용하면 작업이 더 빨라질 것 아닙니까.

    남성1 : 바지선에 차장이 들어가서 할 건지 청장이 갈건지

    여성2 : 청장 쳐 자빠져 자고 있다니까! 여기서 약속해.

    최상환 차장 : 청장님은 바지선에 있었습니다. 우리가 수색하는데 쓰는 배가 204척입니다.

    실종자 가족들 : 야 XX아 204척이 뭐가 중요해 바지선이 중요하지!! 그럼 청장이 못들어가게 반대했어??

    최상환 차장 : 그건 말입니다. 제가볼때는 작업하고 있는데 현장책임자가 작업에 방해될까봐 그런거같습니다. 바지선에는 물속에 깊히 들어갈수 있는 사람만 우선적으로 작업을 하고요.

    UDT 동지회 관계자 : 저희가 지난주 금요일부터 작업하고 있는 바지선하고 저희가 다 준비해놨고 투입해서 저희가 '30명 들어가겠습니다. 투입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묵살하셨습니다. 저희가 너무 화가나서 최종적으로 다시 자정에 찾아갔습니다. 여기있는 분한테 얘기하니까 권한이 없대요. 해경청 과장님이래요 전화번호로 연결 해주셨어요, 그래서 이렇게이렇게 상황설명해서 우리가 들어가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그분말이 '유가족들이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투입이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자 저기있는 UDT 현역들 여기있는 UDT 동지회 선배님들의 후배들입니다. 그분들이 교육시킨 분들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 업계에서 80% 이상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분들이에요. 저희가 지난주 목요일 금요일부터 요청을 했는데 그걸 그렇게 안들어 주시더니 이제와서 방법이 이거밖에 없다. 왜? 우리가 하겠다는데 맨날 언론에서도 500~600명 뻥치고 왜 투입을 안시켜주시냐구요.

    최성환 차장 : 해보셨으니까 잘 아시잖아요. 지금 해군은 선미쪽으로 밑으로 하고 있고 해경, 소방, SSU에서 구조하고 있는데.

    실종자 가족들 : 지금 안하잖아요!!

    여성3 : 그럼 이사람들이 민간인자원봉사자 투입해달라고 하면 하실건가요?

    최상환 차장 : 하겠습니다.

    여성3 : 하신다고 하셨죠. 여기 기자분들 계시죠!! 최 차장님이 하신다고 하셨고!!

    남성2 : 여기 말 한마디면 딱 들을사람 누구냐고 그 XX오라고 하라고 지금!!

    최상환 차장 : 여기는 제가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가족들 고성 오감)

    여3 : 빨리 가서 애들 구해오라고 하라고 전화하라고!! 차장이 명령하는데 꼼짝하는 XX아무도 없어. 여기는 명령체계가 어떻게 된거야. 너 차장 왜 달고 있니?

    남성4 : 내가 한마디 할게 지금 여기 옆에 사복경찰들 물러나라고. 그러고 당신의 실수는 아니지만 엄마들이 물거나 때리거나 그래도 당신은 그냥 가만히 서서 당해 물어 뜯겨도 . 그리고 왜 누가 여자한테 손찌검해서 이 흔들리게 하고 이거는 있을수가 없는 일이야 이양반아!! 당신이 정의롭고 생각이 있는 사람이면 옆에 부하직원 물리치고 당신혼자 욕듣고 물어뜯기고 이게 당신의 임무야. 그래야 엄마아빠의 분노가 가라앉는거야.

    (최상환 차장을 피해자 학부모, 어머니들이 둘러싼다. 남자들은 사복 경찰 뒤로 물러난다.)

    실종자 가족들 : 무전기로 바로 지시해!

    UDT 동지회 : 저희는 본부로 철수했습니다. 당신들이 어제 철수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거봐!! 녹음해. '실종자 가족들이 원하지 않는다. 필요없다. 철수하라..' 그래서 어제 자정에 저희가 철수했습니다.

    최상환 차장 : 알겠습니다. 준비되면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실종자 가족들 : 약속하실겁니까?

    최상환 차장 : 많은 사람앞에서 제가 약속 하겠습니다.

    실종자 가족들 : 그럼 조건이 있습니다. 바지선 투입시켜 주실겁니까?

    최상환 차장 : 예, 투입시키는데 저도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기존 하고 있는 장비에 방해가 되시면 안됩니다.

    실종자 가족들 : 저희는 처음부터 우리가 독자적으로 하겠다는 게 아니라 지휘체계가 있으니까 지휘체계에 따라 움직일테니 그렇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묵살했잖아요.

    최상환 차장 : 제가 분명히 약속하겠습니다. 준비되시면 연락주십시오.

    여성3 : 약속 안지키면 어떡할거야!!

    최상환 차장 : 저에게 책임을 물으십시오.

    여성3 : 우린 지금 당신들 얘기를 여기서 다 같이 들어야겠어! 빨리 데리고 나오세요.

    여성2 : 저기 길좀 내주세요!!

    실종자 가족들 : 청장님한테 전하세요 멱살 잡히지 말고 곱게 오시라고.



  • ◆ 실종자 가족들 "수색 끝날 때까지 장관 못 돌아간다!"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이 한 시간 가량 '나홀로' 봉변을 당하는 사이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팽목항 실종자 가족대책본부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함께 이 장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실종자 가족들은 마치 연행이라도하듯 장관 팔을 붙잡고 대책본부 바닥에 강제로 앉혔다.

    감정이 격해진 한 남성은 사고대책본부 관계자의 무전기를 빼앗아 "청장 명령이야! 전 인력 다 동원해 들어가!"라고 외치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즉각 다른 가족에게 제지돼 더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가족들은 "수색이 끝날 때까지 장관과 청장은 못 돌아간다"며 자신들과 함께 있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장관은 면담이 끝난 이후에도 가족들과 함께 팽목항 현지에 남아 수색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가족들은 "해경에서 발표한 것과는 달리 실제 사고 해역에 투입되는 잠수부들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김석균 청장은 "많은 인원이 투입된다해도 결국 순차적으로 수색을 해야하는 한계가 있다"며 "통솔하는 사람의 지시를 받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6개의 가이드라인으로 수색 중인데 선미 쪽의 경우 진입로가 좁아 어려움이 있다"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이날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키로 했다. 알파잠수기술공사의 이종인 대표를 포함한 민간 잠수부를 현장에 투입하기로 했고, 다이버 이송장치인 '다이빙 벨'도 구조 작업에 동원할 방침을 밝혔다.

    [사진 =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