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 직(職)은 빙산의 일각, 수면 아래는 온통 관료 마피아 세계
  • 해양 마피아만 문제일까?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대한민국은 관벌(官閥) 마파아들의 식읍(食邑)인가?
금융 모피아, 원전 마피아, 한수원 비리에 대한 한전의 감시감독 책임문제, 철도 마피아...
이런 마피아 시리즈에 이어 이제는 해양 마피아인가?
 
필자는 김대중 정권이 막 들어섰을 무렵,
정부기구 통폐합에 관한 공청회에 나간 적이 있다.
필자의 입장은 [작은 정부].
일부 부처들을 없애버리거나 다른 부처와 합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치안-국방-식품-환경 부문을 제외하고는 공무원 수를 대폭 줄이자는 것이었다.
 
놀라운 것은,
공청회 발표자인 필자의 이름이 신문에 나자마자
온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5분 간격으로 일제히 전화공세를 하는 것이었다.

“찾아뵙고 설명을 드려야 겠는데요”


그들의 공세는,
탱크부대의 진격, 낙하산 부대의 침투, 보병부대의 총검술,
그리고 춘추전국 시대의 소진(蘇秦) 장의( 張儀)의 [혓바닥 놀림].

그야말로 [학을 뗄] 지경의 것이었다.
하루 종일 일을 볼 수 없었다.
사무실로 그냥 막 밀고 들어와 썰을 푸는 식이었다.

그 중 한 사람은 훗날 경제부처 장관을 거쳐 노무현 정권의 국무총리가 되었고,
정권이 바뀌고도 주미대사를 했다.
역시, 부지런하고 집요하면 출세를 하는 모양이었다.

집요한 생존의지-악착같은 먹거리 확보의지-끝없는 영역(Lebensraum) 확대의지는,
생명체 본연의 속성일까?

그런데 이 속성에 있어,
지구상에서 가장 쎈 종(種, species)이 영장류 가운데서도 관료라는 족속이다.
이들은 불사조다.
대통령도, 정권교체도, 장차관도, 외부의 비난도 이들을 제어할 방도란 없다.
좌익이 계급 어쩌고 하지만,
계급 중에서 가장 탄탄한 계급이 바로 프롤레타리아 아닌 관료란 계급이다.
그래서 어떤 정치학자는 관료를 [국가계급](state class)이란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 17일 오후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 17일 오후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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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료계급은 근대국가 형성의 담당자이면서, 근대국가의 운영을 맡은 기술자들이다.
    우리의 근대화 과정에도 이들은 눈부신 공헌을 했다.
    반면에 그들의 역기능 또한 만만찮다.
    역기능 가운데서도 가장 고약한 것이 [끼리끼리] 주의다.
    관료 마피아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부처 본청과 예하기관과 공단/협회/조합... 하는 등등의 각종 연관단체를,
    이 마피아가 몽땅 식읍(食邑)으로 장악하고,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저희들끼리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서로 끌어주고 봐주며 해먹는 것이다.
     
    세월호가 왜 침몰했느냐 하는 것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 중 하나가
    [해수부 마피아]란 존재였다.
    해수부-해운조합-선급협회-선사(船社)를 묶는,
    해묵은 [끼리끼리]가 이번 침몰의 배경적 요인을 이루었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서로 봐주며 먹고 살다 보니 감시 감독은 말 뿐,
    그 느슨함과 무책임성과 직업윤리 실종과 대충대충 관행이 이번 참사를 불렀다는 것이다.
     
    이런 관행이 어찌 [해수부 마피아]에만 있을 것인가?

    관료가 있는 곳에는 의례 눈에 보이지 않는 그물이 있다.
    이 그물은 공조직을 넘볼 정도로 강하고 질기고 끈끈하다.
    국가의 대표인 대통령과 그가 임명하는 직속 정무 직(職)은 빙산의 일각일 뿐,
    수면 아래 부분은 온통 관료 마피아의 세계다.

    그래서 그들은 말한다.
    “대통령과 정권은 고작 5년, 영원한 것은 우리들 관료”라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 관료 마피아의 끼리끼리-제멋대로 나태함-직무유기-책임 떠넘기기-무사안일-복지부동 [이익 공동체]에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칼을 들이대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이 척결은 박근혜 대통령이면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사심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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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