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소속 해양경찰 연 예산 1조원 불과, 지자체에 예산받는 소방방재청
  •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 침몰한 청해진 해운 소속 세월호. [자료사진]
    ▲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 침몰한 청해진 해운 소속 세월호. [자료사진]

    지난 16일 오전 8시 58분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가 온 사회를 흔들고 있다.

    정부는 중앙대책본부를 차려 구조작업을 지휘하고 있고,
    군은 물론 해경, 심지어 미군 병력까지 구조 및 인양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18일 오전 11시 무렵, 선체 내부로 구조대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세월호 침몰로 실종된 승객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은
    대통령과 총리 등에게 울분을 토하고 있다.
    언론들도 여론에 기대 정부의 무능을 신나서 질타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청해진 해운,
    대국민 사과로 입 닦으려고?


    세월호 침몰의 1차적 책임은 당연히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있다.
    침몰 사고 당시 선장과 다수의 승무원들은
    승객을 대피시키지 않고 먼저 탈출했다.

    자신의 임무를 다했던 승무원은
    故박지영 씨(여, 22)와 양대홍 사무장(45) 뿐이었다.

    이런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의 행태에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자
    지난 17일 오후 8시, 청해진해운 대표인 김한식 사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번에 침몰한 세월호는
    1994년 일본에서 건조된 뒤
    연안 카페리로 18년 동안 운항하던 중고 선박이라고 한다.
    청해진 해운은 2012년 10월 세월호를 수입한 뒤
    간단한 수리와 점검은 거쳐 인천-제주 노선에 주 4회 투입했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이 터진 뒤 언론을 통해 드러난 내용은 이해가 안 된다.

  • 지난 17일 오후 8시, 청해진 해운 김한식 사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7일 오후 8시, 청해진 해운 김한식 사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해진해운이 자사의 여객선 승무원들의 안전교육에 들인 돈은
    연간 54만 원에 불과했다.

    세월호 침몰 당시 25인승 구명보트가 40개나 있었는데
    1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세월호 사고가 터진 뒤 청해진 해운 측은
    “승무원들은 안전교육을 충분히 받았다”고 주장했다.
    선장이 맨 먼저 배를 버리고 도망쳤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승객들의 안전에는 무관심했던 청해진 해운이
    연간 사용한 ‘접대비’는 6,000만 원이 넘었다고 한다.

    현재 청해진해운 측의 행태는 가관이다.
    김한식 사장은 대국민 사과 직후 병원에 입원했고,
    회사 간부들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행태를 보면
    “이런 대형사고는 정부가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심보를 가진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세월호 사고 대응,
    안전행정부의 전적인 책임?


    한편 세월호에 탔던 안산 단원고 학생의 가족들은
    현재 진도체육관에 모여 사고 수습 및 구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단원고 학생의 가족들과 이들 옆에 있는 언론은
    세월호 사고 수습 및 구조작업을 보면서
    “정부는 뭐 하느냐”고 분노를 퍼붓고 있다.

  • 진도체육관에 모여 구조상황을 지켜보는 승객 가족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진도체육관에 모여 구조상황을 지켜보는 승객 가족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족들의 분노와 슬픔을 보며,
    심정적으로는 십분 공감이 가지만 그 대상이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정부는 안전행정부를 중심으로 중앙재낸재해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주요 부처들과 공조해 세월호 선체 인양 및 승객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해양경찰, 소방방재청, 국방부가 있다.

    해양경찰과 소방방재청이 안전행정부 소속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 가족들의 분노는 일견 합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고와 같이 수백 명의 실종자를 낸
    ‘해상 재난’에 대응하고 총괄지휘해야 하는 부서는 국가안보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직후 국가위기관리실을 국가안보실로 확대 개편했다.
    국가안보실은 평시 재난재해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국가안보전략, 재외국민보호 등도 모두 관리감독할 수 있는 최고 기관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가 알려진 직후 국가안보실은 과연 뭘 했을까?
    내부 사정이야 상세히 알기 어렵지만,
    언론을 통해 비춰진 모습은 ‘청와대 벙커’로 가서 상황보고를 받은 뒤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수백 명이 탄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소식을 전한 게 다였다.

    국가안보실의 임무가 뭘까?

    국가위기관리실을 확대개편한 조직인 만큼
    평시에는 민간 또는 공공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난재해를 예방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관리감독 해야 한다.

    만약 국가안보실이 미리 세월호 사고와 같은 ‘해상 재난’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이미 만들어뒀다면,
    세월호 침몰 직후
    안전행정부는 물론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 국방부 등이
    일사분란한 대응체계, 응급의료지원체계, 선체 인양 및 구조계획 등을
    착착 펼쳤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각 부처들이 중구난방, 우왕좌왕하며 구조작업에 몰두,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초대형 오보를 낸 것이다. 


    안전행정부 편든다고? No,
    재난재해 관련 예산부터 보시길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말하면서
    청해진 해운과 국가안보실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을 놓고
    안전행정부 편을 든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이런 예기치 못한 재난재해가 터질 때마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사후 처벌’에만 급급했다.
    그 결과 ‘소 잃고 고친 외양간’이 번번이 털렸다.

    단원고 학생들의 가족과 그들을 보는 국민들이 현재 분노하는 건
    정부가 구조작업을 민첩하게 벌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뭔가를 보고하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뭔가를 보고하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세월호 침몰과 같은 ‘재난재해’에 원래 대응해야 하는 부처는
    치안유지도 함께 하는 해양경찰보다는 소방방재청의 일에 가깝다.

    이런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의 예산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해양경찰청은 1996년 해양수산부 산하 외청으로 있다가
    2008년에는 국토해양부 외청이 됐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해양수산부를 되살리면서 그 외청이 됐다.
    그 설치령을 보면 주요 임무가
    해상에서의 치안유지와 오염방제 정도로만 규정돼 있다.

    해양경찰청의 예산은 2011년이 돼서야 연간 1조 원을 넘었다.
    이 가운데 '해상재난사고 관련 예산'은 10%도 안 된다고 한다.

    인명구조 전문기관인 소방방재청의 경우
    소속은 안전행정부 외청이지만
    실제 예산은 대부분 광역지자체에서 받는다.

    때문에 소방대원들은
    안전행정부, 소방방재청, 지자제의 3중 감독과 감사를 받는다.

    반면 예산은 전국 소방서를 다 합쳐도 3조 원이 채 안 된다.
    소방방재청 예산만 봐도 2013년 9,964억 원에서
    2014년 8,725억 원으로 1,200억 원 이상 삭감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게다가 지자체들이 지방선거에 돌입하는 시기에는
    ‘선심성 행정예산’으로 낭비하는 바람에
    인명구조에 필요한 예산을 대폭 삭감해 왔던 게 현실이다.

    정부 전체 예산을 봐도 한심하다.

    해양수산부는 2014년 ‘맞춤형 해상사고 예방’ 명목으로
    5,402억 원이나 투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내역의 대부분은 해상 쓰레기 제거, 국제교류, 항로 관리 등이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해상재난에 대비한
    장비 도입이나 인력 양성 및 교육에 들어가는 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래놓고선 세월호 생존자 구조 및 선체 인양작업에 대해
    국민들이 안전행정부를 향해 비난을 퍼붓는 것,
    특히 '여론몰이'를 하려는 일부 언론들의 태도는 문제 아닌가?

  • 16일 세월호의 침몰 신고 직후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헬기 등을 이용해 생존자를 구조하는 모습. 이들이 왜 욕을 먹어야 하는가? [사진: 당시 보도화면 캡쳐]
    ▲ 16일 세월호의 침몰 신고 직후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헬기 등을 이용해 생존자를 구조하는 모습. 이들이 왜 욕을 먹어야 하는가? [사진: 당시 보도화면 캡쳐]

    교통사고와 달리
    항공사고와 해상사고는 빈도는 적어도
    한 번 터지면 수십 수백 명의 인명피해를 낳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위험한 환경에서 목숨을 걸고 구조작업을 벌이는
    소방대원, 해양경찰, 군인들을 향해 "왜 빨리 승객을 구조하지 않느냐"는
    비난은 퍼붓지 말아야 한다. 

    대기업 등을 향해서도 손을 벌리지 말아야 한다.

    대신 평소 재난재해 예방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국가 최고기관’과
    사고를 낸 선사가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은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회사를 팔아서라도
    승객 가족들과 정부에 끼친 피해를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