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척 없는 구조작업 가족들 분통, "구조 안해, 거짓말만 해, 다 살아 있는데"
  •        

    "대통령님 살려주세요. 가지마세요."

    박근혜 대통령이 퇴장하려 하자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다가온다.
    가족과 함께 세월호를 탔다가 혼자만 구조된 6살 권지연 양은 급기야 "가지마"라고 외치며 울음을 터트렸다.


    # 17일 오후 4시20분께.
    진도 앞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체육관.

    꼬박 이틀째 가족의 생환 소식만 손꼽아 기다리던 가족들 앞에
    박근혜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답답한 구조활동에 분노가 머리 끝까지 오른 사람.
    희망의 끈만 붙잡고 있다가 기력이 탈진한 사람.

    침통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은 박 대통령.

    "애타게 기다리시는 그 가족 분들의 마음에 무슨 말씀을 드려도 답답하시고 애가 타실 것이다. 방금 전에 구조현장을 다녀왔는데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인력을 동원해서 수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 심정이 어떤 위로도 될 수가 없을 정도로 안타깝고 애가 타고 한순간  한순간 참담하시겠지만 희망을 잃지 마시고 구조 소식을 모두 함께 기다려 주시기를 바란다."

    잠자코 박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던 가족들은
    이내 여기저기서 "살려달라"는 호소를 쏟아내며 주변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의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방문, 가족들의 애타는 호소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의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방문, 가족들의 애타는 호소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다 거짓말이다. 구조 안한다. 다 살아있는데.."


    실종자 가족들은 마음처럼 빨리 진행되지 못하는 정부의 구조활동에 불만을 터트렸다.

    한 사람이 박 대통령을 붙잡고 애걸복걸했다.

    "지금 4명이 살아있다고 문자가 왔다. 명령 좀 내려주세요. 높은 사람 목 쳐내야 되요. 살아있는 사람은 살려야 할 국민이잖아요. 제일 높은 사람들이 말을 안 듣고 있는데 명령 좀 내려주세요."

    강한 물살과 시계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 현장 상황 때문에
    잠수부 진입이 지연되는 것을 두고 빨리 구조대 투입을 지시해달라는 말이다.

    박 대통령이 "상황이 어려워도 계속 끝까지 시도를,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수행하던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대통령을 거들었다.

    "지금까지 발표된 대로 잠수부 500여명을 투입해서.."

    김 청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친 욕설이 터져나왔다.

    "거짓말이야."

    "한명도 투입 안했잖아. 이 XX야."

    진땀을 흘린 김 청장은 다시 말을 바꿨다.

    "한번에 500명이 들어갈 수 없고 나눠서 들어간다.
    최고의 민간업체를 동원해 오늘도 수색하고 있다."

    사람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이를 지켜보던 박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 "얼마나 답답하시겠나. 좀 더 자세하고 세세하게 알려드려야."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가족들에게
    좀 더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해줄 것을 현장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구조대가)잠수하러 내려가서 어떤 상황이었고, 지금 어떻게 됐다는 것을 좀 더 자세하게, 얼마나 답답하시겠어요. 알려드리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과
    앞으로 진행할 구조작업에 대해서도
    상세히 가족들에게 설명할 것도 지시했다.

    "승객이나 학생들이 모여있다고 하는 쪽에 접근을 하려고 해도 시계가 한 20센티 이렇게 밖에 안 돼서 안 되고, 물살 때문에 밀려나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이거를 누구보다 이런 얘기를 자세히 얘기를 들으셔야 할 분들이
    가족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이 말을 계속 이었다.

    "가족들이 뉴스보다도 먼저 알아야 된다."

    "어떻게 시도를 했는데 이런 상황이어서 이렇게 됐다는 것을,
    앞으로 또 이렇게 할 것 같다든지,
    또 크레인이 지금 오고 있는데 제가 듣기로는,
    내일 새벽 5시에 도착을 한다고 들었다."

    "도착을 하면 그 크레인이 선박을 이렇게 묶어서
    크레인의 힘으로 전부 다 들어 올릴 수 없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 들어 올린 다음에 잠수부가 더 들어가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에
    어떻게 해보겠다는 그런 세세한 얘기를
    누구보다도 이 가족 분들이 들으셔야 하지 않겠나."

    가족들의 박수가 터졌다.
    약간은 속이 후련한 표정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침울한 표정으로
    "그게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고 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여객선 침몰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이 건내는 휴대전화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여객선 침몰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이 건내는 휴대전화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가지마세요. 여기서 계속 명령 내려 주세요."

    현장에서 박 대통령은 분통을 꾹꾹 참는 모습이었다.
    예상 이상으로 엉망인 현장 상황이었지만, 
    박 대통령은 화가 난 모습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더 분통이 터질 실종자 가족들 하나하나에게
    정부의 구조활동에 신뢰를 주기 위한 당부를 되풀이 했다.

    현장 관계자들에게 "그러니까 이렇게 이분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이라고 지시했고, 가족들에게는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거 전부 시행이 되도록 지시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체육관을 나서려고 하자 가족들이 또 외쳤다.

    "가시면 안된다. 떠나고 나면 그대로다."

    이미 현장 관계자들에게는 신뢰를 잃은 가족들이었다.

    다시 한번 침통한 표정을 한 박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에서 지키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물러나야 한다" 거듭 다짐했다.

    그래도 가족들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급기야 한 사람은 "우리가 하도 속았다. 너무 많이 속았다"며 "제 핸드폰 번호를 가져가서 전화해라. 그래서 주무시기 전에 오늘 한 약속이 잘 지켜졌는지 물어봐 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전화번호를 달라"고 한 뒤 "제가 확인하겠다"고 다시 답했다.

    그제서야 가족들은 박수를 치며 물러났다.

    다시 한번 박 대통령이 재차 말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잘 되지 않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것을 세세하게 미리미리 알려드리지 않은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제가 전화를 드려서 확인해 보겠다."


    박 대통령이 체육관을 떠나는 모습 뒤에서는
    "왜 이제 왔나. 다 죽고 나서야 오는 거냐"는 외침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