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현장 속 필요했던 건 신속하고 일사분란한 지휘체계, 그러나..
  • 국무총리는 외국 출장 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안전행정부 장관은 취임한지 불과 2주일.

    이런 상황에서 475명이 탑승한 대형 여객선이 침몰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이다.

    누가 나서야 하나?

  • ▲ 17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SEWOL)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사고 해상에서 해경과 해군이 악천후 속 이틀째 실종자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 전남도청 제공
    ▲ 17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SEWOL)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사고 해상에서 해경과 해군이 악천후 속 이틀째 실종자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 전남도청 제공


    일단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 여러 기관이 합동으로 구조에 나선다.
    경찰, 소방방재청은 물론이며
    이번 진도 세월호 침몰과 같은 대형 해상 재난에는 해양경찰과 군대까지 동원된다.

    지역 지자체 공무원 역시 동원되며
    또 학생들이 다수 탑승한 이번 사고에는
    교육청 직원도 유관 기관으로 사고 현장에 투입된다.

    이처럼 수많은 관련 기관들이 모인 재난본부를 통솔하기 위해서
    안정행정부장관에게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란 직책이 주어진다.

    일원화된 지휘 체계를 통해
    효율적인 재난 구조활동을 하기 위해서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것도 제대로 된 재난 대처 메뉴얼이나
    경험 많거나 직급이 높은 대책본부장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차관급이지만 4대 권력기관장이라 불리는 경찰청장,
    그리고 같은 직급의 해양경찰청장.
    각자 대응 메뉴얼대로 움직이기 바쁘다.

    당연히 군대(해군)도 별도의 지휘체계다.

    이런 상황에서 대책본부장은
    취임한 지 2주 된 안전행정부 장관이었으며,
    취임 1달이 갓 지난 해양수산부 장관도 별다르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은 아예 김상곤 교육감이 선거 출마로 사퇴한 직후였다.
    현재 고경모 권한대행이 교육감 권한대행을 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중국과 파키스탄 순방 중이었다.

     

  • ▲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 자료사진
    ▲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 자료사진


    구조활동에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에서
    각 유관 기관을 총 지휘해야 하는 곳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다.

    국가안보실은 대외적인 외교안보 역할 이외에도
    국가 재난에 대한 위기관리 업무도 함께 한다.
    과거 청와대 내 위기관리실 역할의 연장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귀국 후 곧바로 대책본부장을 맡아
    현장을 진두지휘한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하지만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세월호 침몰 신고가 접수된 16일 오전 8시58분 이후
    청와대 벙커로 불리는 위기관리센터에서
    피해 및 구조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데 주력했다.

    [1분 1초라도 빨리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는 대통령의 말은
    사실상 모든 국민을 향한 정치적 발언이었을 뿐
    정작 현장에는 당장 업무 분담을 나누고 일사분란한 지휘체계가 절실했다.


    오락가락하는 사고현장에서 [전원 구조]라는 오류난 보고만 듣고
    청와대가 책상 앞에서 머리만 굴리고 있었다는 뼈아픈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지휘에는 계속 입을 다물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구조자 인원 오류 보도가 난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행부 소관이니 일단 지켜보자"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16일 내내 사고 현장은
    구조자 발표가 번복과 수정을 온종일 계속하는 아수라장이었으며
    경찰과 해군, 안정행정부의 초동 대응도 각각 이뤄지면서 부실 그 자체였다.

    정부당국은 사고 직후 침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부족한 구조 장비를, 그것도 뒤늦게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오전 8시58분 이었지만,
    구조작업이 처음 시작된 시간은 9시40분께.

    처음 현장에 당도한 구조 헬기가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불과 20~30km 거리를
    무려 42분만에 도착한 셈이다.

    헬기도 헬기지만,
    침몰한 선박 주변에서 실제 구조에 활용되는 것은
    현장에 가까이 접근 가능한 소형 구명 보트.

    하지만 실상은
    자발적으로 구조작업에 나선 어선이 먼저 도착했고,
    정부당국의 구조활동은 굼뜨기만 했다.

    만약 정부가 침몰 신고 직후
    모든 헬기를 동원해 구명보트를 실어 날랐다면
    더 많은 구조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재난 상황에서 초기 대응이 구조 성공률과 직결된다.
    초기 대응을 잘했다면 더 많은 학생들을 구조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참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안내 방송에 대해서도
    사고 현장에 빨리 접근한 해양경찰이 [빨리 탈출하라]는 방송만 계속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지 꼬박 하루가 지난 17일 오전
    정부가 대책본부장을 국무총리로 격상시키고
    박근혜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한 이후 현장 분위기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다시 한번 정부의 뒤늦은 대응이 아쉬운 대목이다.

    사고 첫날 [단 1%의 희망이라도 있다면]이라고 말했던 박 대통령의 참담한 심정의 말은
    사고 이튿날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단 1분1초가 급하다]로 바뀌었다.

    만약 1분1초가 급한 마음이 사고 직후 시작됐다면,
    앞서 말했던 단 1%의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 ▲ 16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 16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진도 앞바다 <세월호> 사고는
    선장과 항해사들의 과실이 1차적 원인일지는 몰라도
    제대로 된 메뉴얼 없이 [멘붕]에 빠졌있던 정부도
    할 말이 없는 인재로 기록될 전망이다.

    잘못된 보고에 상황을 낙관만 하고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청와대와 국가안보실은
    앞으로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1년전 292명의 목숨을 앗아간 1993년 서해 페리호 참사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정부의 해상재난 대응 방식이 드러난 가운데,
    [국민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외쳤던 박근혜 정부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때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까지 정부가 파악한 세월호 탑승자는 475명이며
    사망자는 9명으로 늘어났다.
    179명이 구조됐으나 실종된 287명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