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허물어져 상대세력 넘어간다면 더 이상 검찰-변호사 제도 존재할 수 없어


  • 검찰의 국정원 수사, 올바른 프로세스일까?

     
    안보 책무 수행 국정원 업무 개별화해 수사하는 것은 잘못! 
    ‘국가안보 목적의 정보업무는 원칙적으로 수사 대상 아니다!’



      검찰은 지난 14일 위장탈북자 서울시청 공무원 사건 증거조작에 대해 국정원 직원 4명과 협조자 1명을 재판에 회부하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중국 당국이 “검찰 서류는 모두 위조, 변호인 문서는 정상”이라고 밝히자,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함께 수사한지 두 달 만이다. 오늘날 검찰은 청와대나 국가 중추신경인 국정원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수사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왠지 씁쓸한 것은 검찰 수사가 사실은 여론에 매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민주 법치국가에서 치안질서 책무를 담당하는 검찰의 범죄수사에 성역이 없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검찰 수사권의 자제와 제한에 대한 인식도 필요하다. 수사권 자제는 검찰 지휘부의 정책적 판단이다. 반면에 수사권 제한은 국가경영과 관련된 수사권의 내재적 한계이다. 입법부에 대한 수사권 제한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 특권이다.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업무도 수사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럴 경우에만 대통령은 외교ㆍ통일ㆍ국방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통령의 통치특권은 업무에 대한 것이지 대통령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행정부처를 통한 행정행위나 정책결단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국가안보는 대통령 통치행위의 분신적 업무로 통치판단이 수사판단보다 선행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국가안보 업무에 대한 수사는 자제되고 사법판단이 아니라 역사적인 평가에 맡겨져야 할 영역이다.
     
      이에 민주성과 개방성을 최고의 헌법가치로 간주하는 미국도 CIA 업무에 대해 FBI가 바로 수사하지 않는다. CIA 자체조사가 원칙이다. 독립된 감찰감이 조사를 하고, 조사결과를 백악관 정보자문위원회를 통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의회 정보위원회에 통보하여 통치판단과 의회의 정무판단을 거친다. 그러고도 범죄수사권에 복속시킬 필요가 있는 개인비리는 수사에 회부하여 사법판단에 맡긴다. 
      
      미국 정보공동체의 대표적인 추문인 이란-콘트라 게이트에서 백악관과 CIA 관련자들은 수사를 받지 않았다. 다만 백악관의 올리버 노쓰 중령이 개인비리로 FBI의 수사를 받고 형사 처벌되었다. 당시 CIA 부국장이었던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George H. W. Bush)는 이후 미국 제51대 대통령까지 되어서 소비에트 공화국의 붕괴를 이끌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발표가 있자 일각에서는 ‘리크 게이트(Leak Gate)’의 한국판이라면서 국정원 블랙요원들의 신상공개를 이제 와서 후회한다.
      
      그러나 여전히 변호인들은 수사부실이라고 반발하면서 특검을 주장한다. 그들이 저주하는 법인 국가보안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 수사팀을 고발한다고 하고, 국가보안법 제12조 증거날조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기자회견도 했다. 그런데 변호인이 법정이 아닌 곳에서 기자회견으로 재판진행 중인 사건에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영국 등 불문법 국가에서는 법정모독죄에 해당될 수 있고, 변호인 자격 박탈 등 변호권 제약의 사유로 삼는 절차적 정의도 무시하는 일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인 것이다.

      원래 정보를 수사로 접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정보공동체와 수사공동체의 문화차이에서 기인한다. 수사(搜査)는 케이스, 즉 사건 중심적이다. 반면에 정보(情報)는 사람 그 자체가 중요하다. 살인, 강도, 강간 등 사건 중심인 수사는 유죄받기에 충분한 증거만 확보되면 더 이상 수사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국가안보 무한책임 기구인 국정원은 용의자(간첩, 대공, 대정부전복, 테러 등)의 과거행적은 물론이고 향후 일생을 점검 대상으로 할 필요도 있다. 단적으로 정보기구는 출소한 간첩에 대해서도 미세한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포착하여 미래의 국가안보 위협에 대해서도 대처해야 한다. 소위 점의 연결(connecting the dots)이다. 

      이처럼 정보와 수사는 본질적으로 문화가 다르다. 따라서 치안유지 목적의 범죄수사권으로 국가안보 책무를 수행하는 국정원의 업무를 개별화하여 수사하는 것은 잘못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또한 고소나 고발이 있으면 무조건 수사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수사문화도 개선되어야 한다.국가안보가 허물어져 상대세력에 물리적으로나 이념적으로 넘어간다면 더 이상 검찰이나 변호사 제도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안보 선진국들이 일깨워주지만 ‘국가안보 목적의 정보업무는 원칙적으로 수사의 대상이 아니다!’ 


  •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한희원 교수(국가안보법)
    글로벌 정보포럼 회장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Duke University, IUPUI
    검사(속초지청장),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침해조사국장 역임
    저서(대한민국 우수학술도서 선정)
    국가정보-법의 지배와 국가정보( 법률출판사)
    정의로의 산책 (삼영사·2011)   
    국제인권법 원론 (삼영사·2012) 
    국가정보학 요해 (법률츌판사·2011)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