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조작, 사랑의 매 들기 전에 진정성 믿어줘야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장(대검 강력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대공수사처장(3급) 등 국가정보원 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명을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했다.ⓒ 연합뉴스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장(대검 강력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대공수사처장(3급) 등 국가정보원 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명을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했다.ⓒ 연합뉴스

    몇 달간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국정원의 ‘증거조작’ 논란이 요즘들어 사그라든 모양새다.

    야당과 진보단체들도 국민들의 무관심에 지치고 언론도 ‘시대착오적 대공수사 관행은 고치자’는 정도로 정리해 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말그대로 휴전 중인데다 적국의 무인정찰기까지 우리 앞마당을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세상이 변했다’며 우리 정보ㆍ대공수사 기관에게 ‘절차’와 ‘합법’만을 강요하는 모습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나 하나 뿐일까.

    악의든 선의든 간에 국정원에 가해지는 비난ㆍ질타와 채찍질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엘리베이터에 여섯 명이 타고 있다.

    한 명은 성폭행 전과 10범, 한 명은 관음증 환자, 한 명은 성범죄 전문 베테랑 형사, 그리고 나머지 3명은 젊은 여성들이다.

    이중 관음증 환자가 성폭행범에게 눈짓으로 몹쓸짓을 부추긴다. 성폭행범이 실행에 옮기려는 찰나, 형사는 이들을 제압해 수갑을 채운다.

    통쾌한 상황이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성폭행범과 관음증 환자는 경찰서에서 “나쁜짓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형사가 증거도 없이 멋대로 폭력을 행사했다”며 오히려 형사를 고소한다.

    결론은 어떻게 될까.
    형사의 행동은 법질서를 짓밟은 월권행위 내지는 인권침해로 매도당해 처벌받게 된다.
    부풀려진 가정(假定)이 아니라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민중의 지팡이가 선량한 시민을 폭행했다”ㆍ“아직도 개발독재시대 경찰노릇 하느냐”는 비난과 비아냥이 넘쳐나고, 정치권은 경찰청장 사퇴ㆍ국정조사 주장 등 당략적 주판알을 튀기는데만 분주하다.

    성폭행범과 관음증 환자의 실체에 주목하는 사람은 없다.
    동료 경찰들은 이후 범죄를 눈앞에서 목도하고도 눈을 감아 버린다.

    경찰 입장에서는 힘든 일도 피하고 오히려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대다수 국민들이 피해를 뒤집어쓴다는 점이다.
    엘리베이터에 있던 3명의 여성이 고스란히 성폭행범과 관음증 환자의 먹이가 되는 비극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런 상황이 지금 간첩사건에서 벌어지고 있다.
    누가 봐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자(유우성ㆍ유가강ㆍ유광일ㆍ조광일... 이름만 해도 몇 개인가?)를 잡으려다 수사관들은 물론 정보기관 전체가 ‘밧줄로 꽁꽁’ 묶이게 생겼다.

    이후 펼쳐질 광경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물론 국정원의 잘못을 비호해 줄 생각은 없다.
    그러나 사회 분위기가 ‘간첩일 수도 있지만 절차를 안 지키는 기관은 필요없다’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분명히 非정상이다.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죄 없는 억울한 이를 만들어선 않된다’는 주장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주장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은 ‘전문성과 책임감, 열정을 갖춘 정예 요원’을 양성하면서 ‘사전예방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있다.

    얼마전 「빌 게이츠」가 전직 CIA직원 「스노든」이 ‘알 권리’ 운운하며 국가기밀을 폭로한데 대해 “그는 영웅이 아니다”라며 일침을 놓았다.

    철없는 청년의 치기(稚氣)어린 공명심(功名心)보다 ‘국가’라는 더 큰 가치를 본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옆에서 아무리 ‘손가락만 보라’고 고함질러도 의연하게 ‘달을 바라볼’ 때가 되었다.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정도의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갈 만한 성숙성을 지녀야 한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안보ㆍ정보기관들이 조국에 무한헌신할 수 있도록 신뢰를 보내주자.
    사랑의 매를 들기 이전에 그들의 진정성을 믿어주고 어둠속에서 조국의 빛나는 새벽을 위해 몸을 던져 궂은일을 도맡고 있음을 기억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