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신간] 경제민주화를 비판하다--임현진, 김종인, 백낙청, 송호근 주장의 허구

    "창조경제 하려면 '경제민주화 포기' 빠를수록 좋다"

    <저자 허화평, 기파랑 발행>

  • “경제민주화는 포기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경제민주화의 종착역은 경제평등화다.
    창조경제를 하려면 경제민주화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글로벌 시대 보편적 흐름과도 상반되는 경제민주화의 길은 바벨탑에 이르는 길이다.
     경제민주화는 정치 엘리트와 관료 엘리트들이 좌우하는 국가주의, 사회주의로 가는 길이며,
    자유를 포기하는 길이자 계급사회로 가는 길이며,
    한국의 좌파들이 꿈꾸는 민중민주주의로 가는 길이다.
    자유주의자 얼굴로 경제민주화를 하자는 지식인들은 트로이 목마 속에 숨어있는 전사와 같다.
    이들이 목마의 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순간, 이 땅위의 자유시장 자본주의 체제는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 [경제민주화를 비판한다]는 새 저서를 내놓은 저자 허화평(許和平,77세: 사진)의 주장이다.
    ‘지도력의 위기’(2002)등 정치철학서 3권을 낸 바 있는 그의 이번 책은 제목만큼 내용에서도  가장 신랄하다.
    표지 부제로 ‘임현진 김종인 백낙청 송호근 주장의 허구’라고 아예 이름을 적시하여, 이들이 ‘달콤하고 향긋한 대중 영합적 기회주의적인 정책으로 권력자들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대표적 지식인들’이라며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에 대해서도 ‘국내 학계에서 언론을 통해 글로벌화와 신자유주의를 가장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그의 글은 너무 선동적이어서 대학 캠퍼스나 거리에 뿌려지는 운동권 유인물 수준’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5명의 저서들과 논문-칼럼 등을 대거 인용 분석한다.

  • ‘5공 정권을 설계한 플래너’로 잘 알려진 허화평은 1982년 대통령비서실 정무제1수석비서관으로 이철희 장영자 사건의 원칙적 처리를 주장하다 사임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5년간 헤리테지재단 수석연구원으로 공부하고 돌아왔다. 14, 15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정치권을 떠난 뒤에는 연구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핵심 타킷이 된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저자는 ‘경제민주화’라는 씨앗이 뿌려진 시기를 1987년의 정치적 격동기로 파악한다.
    “평화적 정권교체를 앞두고 민주화 세력과 권위주의 세력 간 대격돌 속에서 ‘민주’가 모든 논리를 압도하며 마력 같은 위력을 발휘하던 때, 정파 간 타협으로 만들어진 ‘87년 헌법’에 포함된 것이 경제민주화다”고 지적했다.
    당시 경제민주화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었던 ‘민주’라는 정치적 부적符籍으로 포장된 판도라 상자였고, 25년이 지난 후에야 뚜껑이 열렸다는 것이다.
    바로 그 판도라 상자를 끼워 넣은 이도, 판도라 상자 뚜껑을 열어젖힌 이도 같은 사람,
     김종인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좌파와 대중영합적인 우파 지식인의 현실왜곡

    경제민주화가 ‘시대의 흐름’이란 주로 좌파 인사들과 대중영합적인 우파 지식인들의 주장일 뿐
    대다수 지식인들조차 참뜻을 모르며, 절대 다수 국민은 더욱 그 뜻을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시대의 흐름’으로 단언하는 것이 곧 현실 왜곡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외국 석학들 중에도 경제민주화를 세계적 흐름이라고 언급한 인사는 없었다.
    오히려 유명 외국 언론은 한국의 보편 복지 논의를 선진국에서나 접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비꼬았다. 경제민주화란 용어가 국제적으로 경제이론서적에 등장한 바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매김을 하려면
    자유시장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회생불가능하게 되었을 때나 가능한 주장이다”는 것이다.

    저자는 “영종도 공항을 이륙하는 순간 경제민주화를 들을 수 있는 곳은 없고
    영국의 BBC, 미국의 CNN 방송은 물론 인접국 일본의 NHK 방송, 심지어 중국의 영어방송인 CCTV를 틀어 봐도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고 꼬집으며 이렇게 단언한다.

    저자는 또 송호근의 저서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로 시선을 돌린다.
    그 이유는 중진 사회학자로서 송호근이 지닌 중량감과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먼저 저자는 이 책이 출간된 시점에 주목한다. 하필 출간 시기(2012년 9월)가 18대 대선을 석 달 앞둔 때였고, 바로 그 18대 대선은 1992년 이래 가장 치열했던 좌우 진영 간의 격돌 양상을 띠고 치러진 선거였다는 것이다.
    그런 시기에 20년간 대중과의 대화를 위해 칼럼을 써온 사회적 실천가이자 정치적 참여자로 자처하는 인사가, “독자들을 향하여 이념의 덫에서 벗어나 좌우 공동구역을 만드는 것이 시대방정식임을 단호한 논리로 주장하는 이율배반적 모순을 드러내어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아퀴를 지었다.

    “그가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에서 좌우 진영논리를 벗어나 공동구역을 만들라고 하는 것이 남북을 망라한 것이라면 고려의 여지가 있을지 몰라도 남한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위험한 시대방정식이다. 치열한 이념투쟁을 하고 있는 종북좌파들이 우파의 이념적 대응을 시대착오적 색깔논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라는 것은 우파진영이 이념투쟁을 포기하라는 소리다.
    그의 책은 얼핏 보면 좌우를 동시에 나무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보면 좌파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반면, 우파에 대해서는 냉소적이고 비판적이다.”

    냉전시대 사고의 틀 속에 갇혀 있는 임현진

    또한 저자는 임현진이 <황해문화>(2005년 여름호)에 실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근대의 향방」을 신자유주의적 글로벌화에 대한 대표적 비판논문으로 지목했다.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을 지낸 교수이고, 경실련을 비롯한 NGO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정부기관에도 활발한 자문역할을 하는 이가 쓴 논문이 전체적 맥락에서 보면 식민지 종속이론에 꿰어 맞춘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자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신자유주의가 1970년대와 1980년대를 풍미했던 신보수주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주장은 그가 얼마나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무지하고, 완전히 틀린 근거에 의하여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려는 데서 그가 얼마나 자의적이며 독단적인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학문적 진지함이나 학구적 성실함을 전혀 느낄 수 없다. 그의 글을 읽을수록 그가 얼마나 종속론적 도그마에 몰입해 있고 냉전시대 사고의 틀 속에 갇혀 있는가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좌파 진영의 리더 백낙청이 낸 『2013년 체제 만들기』

    “백낙청은 하버드대에서 학위를 받은 서울대 영문과 교수 출신이고, 계간지 <창작과비평> 편집인,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명예대표로서 대표적인 현실참여 부르주아 좌파 지식인이다. 그가 2012년 1월 써낸 책이 『2013년 체제 만들기』다.
    백낙청은 2012년 4․11 총선과 12․19 대선에서 승리하여 2013년 집권 세력으로서 우선적으로 남북 분단체제 해체와 평화체제를 구축 후 남북이 공유하는 2013년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 『2013년 체제 만들기』의 골자다. 그러한 주장의 근거는 6․15 남북공동성명이다. 그의 주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좌파진영의 지적 리더의 한 명이자 김종인의 2013년 체제 실천과의 상관관계 여부를 판단하는데 실마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기파랑 발행, guiparang.com /02-3288-0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