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도 넘은 안전불감증..‘뒷돈 상납’ 롯데홈쇼핑
  • ▲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 뉴데일리 정상윤
    ▲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 뉴데일리 정상윤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은 외형 확대와 재무적 성과로만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룹 규모에 걸맞은 책임 있는 이미지를 통해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자.

       -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 2011년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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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그룹사의 핵심 역량과 관계있는 사회공헌활동에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지역사회와 고객에게 나눌 때 기업의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가 함께 올라간다.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2012년 신년사에서 


    짠돌이 문화, 월급은 삼류 기대치는 일류, 거래처의 치를 떨게 만드는 슈퍼 갑 횡포, 인색한 기부금, 특유의 일본식 경영문화와 실종된 리더십...

    위 표현들은 지금까지 롯데그룹 특유의 폐쇄적 기업문화를 꼬집은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 업계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온 증언들 중 일부다.

    기업탐방조차 반기지 않는 폐쇄적 기업문화로 악명이 높은 롯데그룹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공사가, 그룹 전체의 발목을 잡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과 지역주민에게 사랑받는 기업], [고객과의 나눔을 통한 브랜드가치 제고]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롯데가 보여주는 현실은 딴판이다.

    오히려 롯데그룹 특유의 [폐쇄성][리더십 실종]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전 보다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안전사고는, 최근 불거진 롯데홈쇼핑 뒷돈 수수 사건과 맞물려, 그룹 전체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고뭉치 제2롯데월드,
    11개월 동안 안전사고만 4번

    ▲지난 8일 배관작업 중 폭발사고로 근로자 1명 사망.
    ▲올해 2월 철골 용접기 보관함 화재,
    ▲지난해 10월 철제 파이프 추락으로 길 가던 시민 부상,
    ▲지난해 6월 거푸집 추락으로 근로자 1명 사망·5명 부상.

    이상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8일까지 제2롯데월드 공자현장에서 일어난 사고의 내용이다.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만 무려 4건, 사망자만 두 명이 나왔다.

    사고발생경위도 내용도 사고가 일어난 장소도 모두 다르다.
    이쯤 되면 공사 전반에 걸친 총체적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정밀안전점검을 위한 공사 일시 중단과 같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롯데는 사고는 남의 일인 양 공사 강행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안전사고에 시민들의 불안감이 치솟아 올라도, 롯데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안전사고의 책임을 인명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의 탓으로 떠넘기는 듯한 태도마저 보여 비난을 자초했다.

    지난 8일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도 롯데는 전과 같은 반응을 보이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배관 안전점검을 하던 근로자가 내부 압력을 이기지 못해 일어난 폭발사고로 병원 이송 도중 숨지는 대형사고가 벌어진 직후, 롯데 관계자는 사고원인을 사망한 [근로자의 안전불감증] 때문인 것처럼 설명해 유족의 분노를 샀다.

    한술 더 떠 회사측은 사고 직후 사망 근로자 유족의 현장 출입마저 가로막는 등, 정보를 통제하는데 열을 올렸다.

    사고 뒤 롯데가 보인 태도는 공사장 및 건물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우려나 고민보다는, 사고를 덮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사고원인은 남 탓으로 돌리고, 외부인의 출입은 통재하면서, 사고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만을 바라는 모습에 유족은 물론 시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2롯데월드 공사장에서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안전사고가 연이어 벌어지면서, [롯데 특유의 폐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 전체에 넓게 퍼진 [폐쇄적 기업문화]가, 사고의 근본 원인이란 비판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첫 번째 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고원인 규명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더 철저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막았을 것이란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보다는 [일단 덮고 보자]는 식의 [폐쇄적 행태]에 대한 우려는 매우 크다.

    특히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제2롯데월드는 롯데가 사업 계획을 밝혔을 때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건축인허가 및 설계변경 과정에 석연치 않은 외압이 개입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최근 검찰이 속도를 내고 있는 정관계 로비 수사의 몸통이 제2롯데월드가 될 것이란 추론도 같은 이유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롯데가 말하는 상생이면,
    롯데홈쇼핑 비리는 빙산의 일각?

    거래업체에 대한 롯데의 속칭 [갑질]은 업계에서 악명이 높다.

    신동빈 회장이 상생을 목 놓아 외쳐도, 롯데 거래처들의 불신과 냉소적 반응은 좀처럼 바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거래업체들이 롯데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의 골은 깊다.

    롯데그룹이 중소협력업체의 원활한 현금흐름을 돕기 위해 1,5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펀드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시장 관계자들이 보인 싸늘한 반응은 롯데에 대한 불신의 깊이를 보여준다.

    롯데와 거래한 상당수의 경험자들이 하는 말은 비슷하다.

    겉으로는 상생과 협력을 외치지만, 정작 거래를 튼 뒤부터는 안면을 완전히 바꾼다는 것이다.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이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사건은, 거래처와 롯데와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고질적인 뒷돈 수수][윗선 상납] 관행의 밑바탕에 [조직 특유의 폐쇄성][그룹 경영진의 리더십 실종]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은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고 있다.

    윗선의 눈치를 살피면서 음성적인 거래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비뚤어진 조직문화 속에서, 상생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깊어지는 시름,
    롯데의 고민..리더십 부재

    [폐쇄적 조직문화]가 가져오는 폐단을 롯데가 모를 리 없다.

    신동빈 회장은 취임 당시 그룹의 [폐쇄성]을 걷어낼 적임자란 평가를 안팎에서 받았다.
    그러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신동빈 회장이 뚜렷한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는 근본원인을 그룹 후계구도의 불확실성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다른 그룹과 달리 창업주가 아직도 경영권을 움켜 쥔 그룹의 특성상, 조직 내부에 깊게 드리운 그림자가 일시에 사라질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상생의 실종], [고질적인 폐쇄성]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이런 주장은 [롯데의 쇄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제2롯데월드는 과연 롯데에게 축복이 될 수 있을까?
    롯데홈쇼핑 뒷돈 상납 사건은 그룹의 고질적 폐단을 해소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역설적으로 해답은 롯데가 쥐고 있다.
    [변화]의 주체는 바로 롯데 자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