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김근태. 구 여권의 대권 경쟁자였던 두 사람이 낙선 6개월여 만에 민주당 내 모임에 간판으로 다시 등장했다.

    개혁적 성향의 전·현직 의원 51명이 만든 민주연대(가칭)에 두 사람은 지도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이 모임의 간판이다. 김근태 전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발기인대회에도 참석했다. 미국 유학 중이라 불참한 정동영 전 의원 대신 대선 기간 그를 지원했던 의원들이 참석했고 이들 역시 이 모임의 요직을 맡아 활동한다.

    이 모임은 사실상 정동영·김근태 두 계파 의원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다. 대선 참패와 총선 낙선으로 이들의 당내 세력은 이전에 비해 매우 위축된 상황인데 두 사람 모두 정계은퇴를 한 것은 이니라서 이번 모임을 통해 자연스레 정치재개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른다. 당내 선거 때 마다 경쟁관계였고 정치노선에도 차이점을 보였던 두 사람이 한 모임의 간판, 그것도 투톱으로 함께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모임에는 전신 정당인 열린우리당의 두 축이던 정동영·김근태계 인사들이 비슷한 숫자로 참여했다. 모임의 성격은 분명하다. 이들이 이날 제시한 노선은 "진보개혁 정체성 강화"다. 지금의 민주당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하고 돌아온 정세균 대표를 비판했던 인사 다수가 이 모임에 참석했고 "지금도 2중대인데 뭘 더 협력하느냐"고 정 대표를 정면으로 비난했던 이종걸 의원은 창립준비위원장을 맡아 정 대표가 행사장을 빠져나간 뒤 곧바로 "선명 야당"을 주문했다.

    이 때문에 지난 7·6 전당대회 뒤 주류로 등장한 정 대표와 386 그룹 견제를 위한 연대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런 분석에 이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맨 먼저 축사를 한 정 대표가 행사장을 빠져나간 뒤 마이크를 잡은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현 민주당에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표출하고 있다. 김근태 전 의원부터 80년대 운동권 구호였던 "손에 손 잡고 투쟁합시다"라고 외치는 가 하면 당 사무총장인 이미경 의원도 "투쟁"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이종걸 의원은 "대안과 선명을 세울 야당의 중심체가 될 수 있도록 하자"고 주문했고, 노웅래 전 의원은 "야당은 야당인데 야당다운 야당이 없다. 우리가 역할을 못한다"고 자당을 비판했다.

    그래서 대선 참패 뒤 당을 맡으며 세를 늘린 손학규 전 대표를 견제할 모임이란 해석도 붙는다. 손 전 대표는 대선 참패 뒤 당의 노선을 우클릭 시켰고 18대 국회에 입성한 민주당 의원들 성향 역시 이전에 비해 우향우한 상황이다. 다음을 준비하는 이들 입장에선 차기 대권경쟁자라 할 손 전 대표와 노선 차별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두 사람 모두 '개혁'이란 공통분모 아래 모일 수밖에 없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동영·김근태 두 간판주자가 한 배에 탔지만 이전에 비해 세력은 많이 위축된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세균 호'를 견제하는 데는 충분하다는 평을 받고 있어 정 대표 입장에선 큰 걸림돌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축사를 한 정 대표도 이런 심경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정 대표는 "당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민주연대에 기대하는 역할이 변화를 유도하고 변화를 강제하는 것이지만 그 변화도 옳은 방향으로의 변화여야지, 잘못된 변화는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