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미국 하원의 긴급 구제금융안 부결과 관련, "금융 위기로 유럽과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주가가 전부 하락한 데 비하면 한국의 물가와 주가, 환율의 충격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적은 편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현지시각) 모스크바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정부가 (금융 위기의) 긴급한 상황에 대해 선제 대응해 나간 것이 지금 생각하면 아주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또 "어제 미국 의회에서 구제금융안이 거절됨으로써 환율과 주가 할 것 없이 문제가 됐지만 바로 오후엔 안정세로 돌아섰다"면서 "미국이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안을 (처리) 하더라도 그 뒤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선제 대응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남의 나라에 대해 뭐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미국 의회도 목요일쯤에는 구제금융안을 결국 통과시키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전체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기 때문에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통과되더라도 그게 바닥이냐, 아니냐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다"면서 "다만 상당한 부분에서 예측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들도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고, 유럽도 국가가 대형 은행들을 인수하기 때문에 충격이 흡수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러시아 내 우리 기업들을 위한 전용 항만 건설 추진과 관련, "우리가 러시아에 두만강 가까운 곳에 전용부두와 물류단지 확보를 요청했으며 그 지역이 포시에트가 될 가능성이 많다"면서 "그 지역은 수심이 깊고 항구 조건이 아주 좋은데 과거 일본이 전용항구를 만들겠다고 끈질기게 접촉했으나 결국 이번에 우리가 그 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거기(포시에트)를 교섭하면 러시아 뿐 아니라 철도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화물들도 바로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굉장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귀국 직후 곧바로 실무 협상에 들어갈 것임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 및 가스배관의 북한 통과 추진에 대해 "일부에서 북한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겠냐는 지적이 있지만 북한도 경제적인 면에 대해서는 계산이 매우 빠르다고 생각한다"면서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보다 가스관이 통과되면 북한 경제에 더 도움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앞장서면 협상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주변 4강과의 관계 격상과 관련, "평상시에는 경제적인 효과가 크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한반도 유사시 사전.사후 협의할 수 있는 관계가 된 것"이라며 "분단된 나라에서는 중요한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모스크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