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 대궁전에서 한러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등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회담 이후 브리핑에서 "오늘 회담은 우주 군사협력 분야까지 협력의 폭을 확대하는 동시에 한반도 문제를 포함해 협력의 깊이를 함께 확대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총평했다.

    회담에 앞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존경하는 이 대통령을 지난번 8개국 정상회담에서 만나고 오늘 모스크바에서 다시 만나게 돼 반갑다"면서 "금융,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오늘 회담이 잘 되길 바란다"고 운을 뗀 뒤 "오늘 회담을 계기로 한.러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지난번 취임 때 전화로 축하해 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G8 정상회담에서 한번 만났고 약속대로 모스크바에 오게 돼 기쁘다"고 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직접 지도를 꺼내 보여주면서 설명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이 배석한 가운데 이 대통령은 무려 30여 분간 상세히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자세히 설명해 회담시간이 당초보다 20여분 길어진 1시간 20분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가스관이 북한을 통과하는데 철로를 따라서 이어지면 비용이 상당히 절약된다"면서 "북한은 러시아가 설득을 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아주 흥미롭다. 그렇게 하겠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단독회담에 이어 확대회담을 거친 뒤 10개항의 공동성명을 기자회견 방식을 빌어 발표했다. 양 정상은 "건설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회담에서 1990년 수교 이후 다방면에 걸친 양국 관계 발전을 평가하고 주요 국제문제에 대해 유익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입모았다.

    기자회견은 양 정상 임석 하에 양국간 가스공급 양해각서, 나노기술 공동협력 양해각서, 광물자원 협력 약정, 단기복수사증 협정을 체결한 직후 이어졌으며 일문일답없이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이 각각 약 6분씩 모두발언을 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한국 가스공사와 러시아 가스프롬 공사간 가스공급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동안 귀엣말을 주고 받으며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대화를 나누며 이 대통령에게서 순간 큰 웃음이 나오기도 했으며,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시종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양 정상은 모두발언을 마친 뒤 손을 잡고 기자회견장인 크렘린 대궁전 옥돌실을 함께 빠져나갔다.

    모두 발언에서 나온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이 잠시 주위를 의아하게 만들기도 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남북문제와 관련해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를 강력히 주장했고 6자회담에서도 그렇게 될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우리는 남북간 정치, 경제, 인도적인 접촉이 계속됐으면 하고 특히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됐으면 한다"고 말하면서 해프닝이 벌어졌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한러 양측이 조율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원론적 수준이라는 평가가 다수였지만, '비핵.개방 3000'으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약간의 시각차를 나타낸 것이 아니냐는 일부 지적을 낳기도 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조금 의아했다"면서 "사전에 (조율이) 안된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측에 설명을 요구했다"며 전말을 밝혔다. 이 대변인은 "공동기자회견 이후 러시아 외교차관이 공식적으로 러시아가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하면서 과거 여러가지 남북관계 사안 가운데 최근의 것이기 때문에 한 예로 든 것이 뿐이라고 한국측에 설명해 왔다"며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모스크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