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9일 오후(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 대궁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경제·통상을 넘어 정치·외교·안보·국방 등 전 분야에 걸쳐 실질 협력을 강화키로했다.

    양 정상은 이날 1시간 20분여간 단독회담에 이어 확대회담을 거친 뒤 10개항의 공동성명을 기자회견 방식을 빌어 발표했다. 양 정상은 "건설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회담에서 1990년 수교 이후 다방면에 걸친 양국 관계 발전을 평가하고 주요 국제문제에 대해 유익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입모았다.

    기자회견은 양 정상 임석 하에 양국간 가스공급 양해각서, 나노기술 공동협력 양해각서, 광물자원 협력 약정, 단기복수사증 협정을 체결한 직후 이어졌으며 일문일답없이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이 각각 약 6분씩 모두발언을 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한국 가스공사와 러시아 가스프롬 공사간 가스공급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동안 귀엣말을 주고 받으며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대화를 나누며 이 대통령에게서 순간 큰 웃음이 나오기도 했으며,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시종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양 정상은 모두발언을 마친 뒤 손을 잡고 기자회견장인 크렘린 대궁전 옥돌실을 함께 빠져나갔다.

    양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국의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 및 북한 경유 가스배관 설치 공동 연구, 서캄차카 해상광구 개발, 한국의 소형 위성발사체 개발을 포함한 우주분야 협력 확대 등 에너지·자원·경제분야 협력을 대폭 강화키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양 정상은 외교·안보 분야 새로운 협의채널로서 외교당국간 제1차관급 전략대화를 개최하고 군 인사 및 군사기술 교류 등 국방 분야의 교류·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2010년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행사 추진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수교 20주년을 중대한 행사로 기념하기로 했으며, 양국 국민간 인적 교류 확대를 위해 사증 발급 간소화 등 법적 기반을 마련키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상생 공영의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설명한 뒤 북핵사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지지했으며,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남북대화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 정상은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의 가스프롬을 통해 이르면 향후 15년 내에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한국으로 도입키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이를 위해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배관 설치를 위한 공동연구를 추진키로 했다.

    양 정상은 이와 함께 무역 자유화를 위한 조치 검토와 함께 한국과 러시아는 물론 제3국에서 에너지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키로 했으며 극동시베리아 지역 공동 개발에 대한 한국 기업의 참여를 위해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를 통해 필요한 사항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은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지했고 러시아는 지하자원에 대한 한국의 공개경쟁 및 입찰 참가와 석유.가스화학 단지건설 및 러시아 극동지역 액화가스 기지 건설 참여를 환영했다.

    아울러 ▲양국 정상간 긴밀한 교류 지속 ▲첨단기술분야와 극지연구를 포함한 과학.기술 분야 협력 강화 및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 ▲한국의 소형위성발사체 개발을 비롯한 양국간 우주분야 협력 확대 ▲문화·학술·청소년·체육 분야 교류 확대 ▲러시아의 국제우라늄농축센터(IUEC) 구상에 대한 협력 모색 ▲한반도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사업 추진 ▲국제기구 및 범세계적 이슈에 대한 공조강화 및 공동 대처 등에도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편리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토록 요청했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한편 양정상은 회담 직후 단기복수사증협정, 광물자원협력협정, 가스공급양해각서, 금융협력 계약 등 26건의 각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모스크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