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서울대 이장무 총장이 자신의 임기(2010년 7월) 안에 서울대 법인화를 실현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전국 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국교련)가 반대하고 나섰다. 국교련은 이 총장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 “서울대의 법인화 추진은 대학 시장주의를 확산시켜 국립대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서울대가 법인화하면 일부 다른 국공립대도 떠밀려 법인화를 서둘러야 하고, 그럴 경우 전국 54개 국공립대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를 ‘부익부 빈익빈’이란 말로 포장한 것이다. 세계 50위 안에 드는 대학이 하나도 없는 나라에서 그나마 서울대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자구책(自救策)을 추진하려 해도 ‘평등 논리’로 그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국공립대 법인화는 1987년 필요성이 대두된 이후 20년 넘게 추진됐으나 그동안 아무 진전이 없었다. 지난해에는 ‘국립대학 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무산됐다. 법인화가 이뤄지면 총장이 강력한 권한을 갖고 개혁 드라이브에 나서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대학들 내부의 제동 탓이다. 국공립대를 정부의 규제와 간섭에서 풀어 자율성을 보장해줄 법인화는 어차피 원하는 대학만 하도록 돼 있다. 하기 싫으면 자기네만 안 하면 되지, 하려는 대학의 발목은 왜 잡는가. 하지 않아 뒤처지는 것은 자기 책임일 뿐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늦게 국립대 법인화에 착수했으나 2004년 법인화를 완료해 벌써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상하이자오퉁(交通)대가 발표한 세계 대학 평가에서 도쿄대는 19위, 교토대는 23위에 올랐으나 서울대는 지난해와 같은 152∼200위권에 머물렀다. 서울대는 법인화 이후 예산 조직 인사 등에서 경직성에서 벗어나 큰 폭의 경쟁력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국교련은 이를 알면서도 기득권 유지를 위해 반대하는 것이다. 

    국공립대는 현재 정부 소속 기관으로 되어 있어 작은 부서 하나를 신설하려 해도 일일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고 예산 운용도 정해진 기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빠른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없는 후진적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국립대가 채택하고 있는 총장직선제의 부작용으로 총장은 교수 눈치를 보느라 어떤 개혁도 하기 어려운 상태다. 법인화를 통한 자율성 부여와 총장 권한 강화는 세계적 대학 육성을 위해 불가피하다.

    프랑스는 미국과 영국 대학의 약진에 자극받아 2012년까지 세계 100위 안에 10개 대학을 진입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시아에서도 일본 중국뿐 아니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이 일류대학 키우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세계가 이럴진대 잘해 보겠다는 대학을 가로막는 것은 시대착오다. 서울대는 외부 압력에 절대 흔들리지 말고 법인화 작업을 차질없이 성공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