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5일자 오피니언면 '광화문에서'에 이 신문 허문명 논설위원이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공개한 올해 16개 시도교육청의 전교조 각 지부 지원실태를 보면 사무실 전월세로 42억8000여만 원의 세금이 나갔다. ‘참교육실천대회’ 같은 행사지원비로도 6억3000여만 원이 쓰였다. 교육청과 전교조가 맺은 단체협약에 근거한 적법 지원이라고 하지만 문제는 이 협약이 세계 유례없는 ‘교사 천국(天國) 협약’이라는 데 있다.

    전교조는 7만7000여 명의 조합원에게서 매달 월급의 0.8%를 조합비로 원천징수해 연간 예산이 200억 원에 달하는 최고 부자 노조다. 평교사 5명 중 1명꼴이 조합원이고 본부와 16개 시도 전임자만 130명이다. 이런 노조에 사무실은 물론 임대료까지 대주는 협약을 맺은 것이다.

    교원노조법에는 임금과 복지후생 등 근로조건 향상과 관련해서만 단체협약을 맺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무려 200건이 넘는 단체협약을 들여다보면 학생 학습권과 학부모 교육권 침해가 이 정도인가 싶다. 2004년 서울시교육청과 전교조가 맺은 단체협약안에는 학교장은 학급담임 배정이나 보직교사 임명, 교무분장까지 교사들 허락을 받아야 한다. 연수 상벌 파견 훈·포장도 협의대상이다. 학생들 학업성취도, 학교평가도 제대로 못하며, 한다 해도 비공개로 해야 한다. 방과 후 교육활동, 자율학습도 학생 참여를 강제하지 못한다.

    교사들의 출근부를 없애 출퇴근 시간조차 학교장이 알지 못하도록 했고 일직 숙직, 학습지도안 작성, 학급일지, 주번 당번 교사도 없앴다. 능력별 수업을 못하게 한 것도 모두 협약에 근거한 것이었다.

    특정 연구주제 수행을 위한 연구학교 지정도 교사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 일선 중학교 교사는 “연구학교로 지정되면 교사들이 승진 가점을 받고 예산이 배정되기 때문에 학교 학생에게 좋은 일인데 전교조 교사들은 ‘연구에 치중하느라 수업에 방해된다’며 반대한다. 사실은 가욋일이 늘어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전교조는 교내에 노조활동을 홍보하는 게시판과 현수막을 걸고 홍보물 배포 같은 홍보 활동까지 할 수 있다. 전교조 교사들은 이를 근거로 미국산 쇠고기 반대나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법(法) 위의 전교조’를 만든 것은 그동안 정부와 교육당국의 ‘전교조는 일단 달래고 보는 게 상책’이라는 안이한 태도에서 기인한다는 게 중론이다.

    전교조 비판서인 ‘전교조 증후군’의 저자 김진성(전 구정고 교장) 서울시의원은 “전교조는 조합원의 이익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가진 정치조직이라는 데에 가장 큰 자기모순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조이면서 노동자의 ‘이익’이 아니라 ‘참교육’을 위해 결성되었다는 주장이 솔깃하지만, 노동자들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조를 결성했다는 말처럼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그동안 ‘교육은 정치선전의 도구여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민주노동당과 여러 측면에서 관계를 맺어 왔다. 구호로는 참교육을 외치면서 학생들의 ‘하향 평준화’를 부른 나태에 빠져 있다. 

    서울시의회는 3월 서울시교육청과 전교조가 맺은 단체협약에 위헌 요소가 많다며 “재협상을 하라”고 의결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대응이 주목된다. 그는 서울 시민들의 전교조에 대한 불신과 불안 덕에 민선 교육감으로 재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