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부산지법 공무원노조 직원 임 모씨가 지난 6~7월 법원 전산망에서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파업과 시위를 주도한 민주노총 지도부와 시민단체 간부 영장 목록 같은 수사 정보를 수백 차례 열람한 혐의로 23일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법원노조가 채용한 상근직원 임씨가 법원공무원노조 영남지부장 아이디를 이용해 전산망에 들어간 뒤 압수수색영장이나 체포영장이 발부됐는지 등을 파악해 당사자들에게 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법원노조 영남지부장도 체포했다가 공모(共謀)혐의를 밝히지 못해 일단 석방하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대법원도 공무상 비밀인 수사정보가 법원 전산망을 통해 처음 유출된 이번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검찰은 '수사정보가 법원에서 새는 것 같다'는 경찰과 국가정보원 등 일선 수사기관 제보를 받고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집시법·국보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공안사범들이 압수수색이나 체포영장 발부 시점을 알고 미리 대비한 흔적이 뚜렷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법원 전산망 열람기록을 추적해 임씨를 잡아냈고 임씨가 수사 대상 단체 사람들과 접촉한 증거도 갖고 있다고 한다.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나 법원 직원들은 형사재판시스템에 접속해 전국 어느 지역 수사기관이 어떤 압수수색·체포 영장을 신청했고 발부됐는지를 훤히 알 수 있다. 영장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누구에 대한 수사인지는 볼 수 있다. 임씨도 형사단독 재판부 직원인 노조 지부장 아이디를 이용해 서울 수사기관 움직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아내 당사자에게 알려줄 수 있었다. 법원 직원의 공모 여부가 더 밝혀져야겠지만 법원 직원이 아닌 법원노조 사무원까지 손쉽게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을 만큼 허술한 보안관리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법원은 직원들을 믿고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정보를 개방했다지만 내부 정보유출을 막을 대책도 미리 마련했어야 했다.

    임씨는 2005년 국보법 찬양·고무죄로 유죄가 확정된 인물이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법원 건물에서 일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그가 어떤 배경을 이용해 수사정보를 넘보고 빼돌렸으며 수사 대상자들이 그와 어떤 관계를 맺어 어떻게 수사망을 피하려 했는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