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9일자 사설 '정치코드 인사는 공기업 후진화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은 2005년 6월 노무현 정부의 공기업 인사를 다음과 같이 맹비난했다. ‘노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는 전문성, 경력, 국민비난, 노조반대를 무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마디로 국익이나 국민 부담은 안중에도 없다. 대통령과 친한 사람들, 대통령의 마음에 걸리는 사람들을 잘 먹고 잘살게 해주겠다는 배려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한국조폐공사 사장에 4·9총선에서 낙선한 전용학 전 한나라당 의원을 임명했다. 작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명박 후보의 대구 선대위원장을 지냈으나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던 안택수 전 의원은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됐다. 현재 공모 과정에 있는 한국농촌공사 사장과 한국마사회장에는 한나라당 의원 출신인 홍문표, 김광원 씨가 각각 거명되고 있다.

    이 정부는 공기업의 대대적인 민영화 개혁을 표방하다가 해당 공기업 및 반대세력의 강한 반발에 부닥치자 ‘공기업 선진화’라는 말로 일단 후퇴한 상태다. 하지만 공기업 ‘선진화’라고 해서 손쉬운 과제일 리 없다. 공기업 경영자들의 전문성과 자질이 남달라야 ‘선진화 개혁’의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 누가 봐도 ‘정치적 배려로 한 자리 줬다’는 인상이 농후한 낙하산 인사를 남발한다면 그런 인물들이 단호한 개혁에 앞장설 수 있겠는가. 전문성 개혁성 도덕성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낙하산을 타고 공기업에 내려가면 생존과 보신을 위해 사실상 주인인 노조의 비위를 맞추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공존하기 십상이다.

    공기업 노조들은 낙하산 인사를 겉으론 반대하지만 내심으로 즐기고 있다. 개혁 대상으로 거론되는 신용보증기금 노조는 통합 협상에 유리해질 것 같다며 정치인 출신인 안 이사장의 임명을 환영하고 있다. 넉 달째 공석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 내정설이 나오자, 강성으로 유명한 사회보험노조는 “전문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힘 있는 정치인이 와서 조직의 이익을 챙겨 줄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침묵이다.

    이 정부는 이런 식의 인사가 공기업 후진화를 부채질할 것임을 정말 깨닫지 못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