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희태호(號)'가 출항한 지 3일로 꼭 한달째를 맞았다. 

    지난달 3일 집권여당의 수장으로 선출된 박 대표의 취임 일성은 `우공이산(愚公移山: 쉬지 않고 열심히 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이었다. 

    친이(친 이명박)와 친박(친 박근혜)으로 나뉜 당을 화합시켜 이명박 정부의 성공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화두였다. 

    이를 증명하듯 박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친박 인사들의 복당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데 이어 당 지도부와 중진을 한 자리에 모은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를 부활시켰다.

    연석회의에 박근혜 전 대표는 물론 한때 당내 갈등의 중심에 있었던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까지 나란히 참석하면서 박 대표의 실험은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이다.

    원내 현안에 대해서는 적절히 말을 아끼면서 홍준표 원내대표가 활약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주는 등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당내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엿보였다.

    박 대표의 언급처럼 이 같은 `화기만당'(和氣滿堂: 화목한 기운이 온 집안에 가득함)을 바탕으로 5일부터는 전국 투어에 나서는 등 민생 챙기기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내 불협화음이나 소통 부족 문제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표 취임 뒤 단행한 대규모 인선이 탕평이라기보다는 `친이계 일색'이란 혹평속에 친박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원외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옹립했던 친이계를 우선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는 측면에서 원외대표의 한계를 노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몽준 최고위원이 최고위의 위상을 문제삼아 한때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한 점도 박 대표가 지도부를 장악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당 지도부 회의에서는 `금강산 여군 총격' 주장이 거론됐다 논란만 키웠고,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막겠다던 목소리도 정부의 인상 불가피 주장에 잦아드는 등 정부에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준 것도 사실이다.

    당청 간 소통에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변인을 통해 대북특사를 제안한 지 하루만에 이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당청간 소통의 고속도로를 만들겠다"던 박 대표의 일성이 무색해졌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는 "그런 제안을 한 적 없다"고 말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여야 원구성에 합의했다 청와대의 반발로 무산된 것. 원구성이 원내대표의 책임이긴 하지만 청와대와 충분한 논의없이 덜컥 야당과 합의했다가 뒤늦게 청와대의 제동으로 없던 일이 된 것은 당 대표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박 대표는 `화합의 전도사'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원외 대표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 속에 청와대, 정부, 국민과의 `소통의 고속도로'를 완비해야 할 책무를 안게 됐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