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동해 병기' 법안 20분만에 통과한 현장 가보니
    버지니아주 상원 상임위 압도적 표차 가결…관건은 하원
    "일본 측, 상원 포기하고 하원 상대 로비에 총력전"
    한인·시민사회 "변수 많아 지역구 조직적 압박 필요"

    (리치먼드<美버지니아州>=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새벽 미국 버지니아주의 주도인 리치먼드 소재 의회 의사당. 아직 어두컴컴한 새벽 시간부터 미국 교과서의 '동해 병기' 운동을 펼치는 한인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의사당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버지니아주 상원 교육보건위원회가 이 지역 공립학교 교과서에 '일본해'(Sea of Japan)와 함께 '동해'(East Sea)를 함께 적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심의해 처리하는 날이다.

    이 운동을 주도적으로 펼치는 사단법인 '미주 한인의 목소리'(VoKA)의 피터 김 회장과 린다 김 워싱턴 한인연합회장, 홍일송 버지니아주 한인회장 등은 상임위가 열리기 앞서 법안을 발의한 데이브 마스덴(민주) 상원의원 등과 법안을 수월하게 통과시키기 위한 작전 회의를 열기도 했다.

    오전 8시30분께 시작된 상임위원회 회의는 큰 논쟁 없이 순탄하게 진행돼 20여분 만에 끝났다.

    일본 대사관 측이 동해 병기를 저지하기 위해 최근 고용한 대형 로펌인 '맥과이어우즈 컨설팅' 인사가 나와 "지명 선정 권한이 있는 국제수로기구(IHO)가 이미 '일본해' 명칭을 선택했고, 미국 정부는 단일지명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반대 의견을 냈지만, 적극적으로 찬성 의사를 보이거나 추가 질문을 하는 의원은 없었다.

    법안을 발의한 마스덴 의원은 이 상임위 소속이 아님에도 연단에 나와 동해 병기의 타당성을 설파했다.

    스티븐 마틴(공화) 위원장은 마스덴 의원의 발언에 찬성하면서 이 사안을 잘 모르거나 동해 병기를 '일본해'를 완전히 '동해'로 지병 변경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동료 의원들의 질문에 대신 답변하기도 했다.

    마스덴 의원과 똑같은 내용의 '초당적 법안'을 제출한 리처드 블랙(공화) 의원도 적극 거들었다.

    버지니아주 교육부 관계자도 나와 동해 병기에 따른 추가 비용은 출판사의 부담이라고 소개하는 등 반대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

    이어진 찬반 표결에서 13명의 의원 가운데 반수를 훌쩍 넘는 9명이 찬성했으며 루이스 루커스(민주), 랄프 스미스(공화), 매미 락(민주), 존 밀러(민주)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2년 전인 지난 2012년 같은 상임위에서 찬성 7표, 반대 8표로 동해 병기 시도가 아쉽게 무산됐던 것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피터 김 회장은 투표가 끝나고 나서 "소위원회 때처럼 만장일치를 기대했는데 인원이 많아지니까 다른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다"며 "반대한 의원 가운데 2명은 2년 전 찬성했던 의원들로, 조금만 방심하면 언제 반대표로 돌아설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모여든 한인단체 대표 등에게 "다음 주로 예정된 상원 전체회의나 조만간 열릴 하원 표결에서 의원들이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게 한인단체 등이 좀 더 분발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한인·시민단체 등은 하원의 문턱을 넘는 게 이번 동해 표기 운동이 완전한 결실을 보기 위한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본 측이 상원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보고 하원을 상대로 한 로비에 총력전을 펼친다는 소문도 많다고 한인단체 관계자는 설명했다.

    린다 김 회장은 "상원 전체회의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이지만, 하원은 의원이 100명이나 돼 변수가 많다"며 "한인들이 자기 지역구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고 이메일이나 팩스를 보내면서 더욱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스덴 의원은 "하원에서도 동해 병기에 대한 공감대가 많고 의원 설득 작업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수월하게 통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은 NHK 방송 등 일본 언론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일본 언론은 지난 13일 법안이 보건교육위원회 산하 공립교육소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할 때만 해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