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3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의 예방을 받았다. 국회의장이 선출되고 여야 지도부가 바뀌면서 버시바우 대사가 인사차 찾은 것이다. 버시바우 대사는 정 대표 예방 전 김형오 국회의장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를 먼저 찾았다.

    민주당으로선 버시바우 대사에게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다. 정부의 추가협상에도 민주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두고 여전히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이라서 버시바우 대사와의 대면 역시 좋을리 없다. 더구나 버시바우 대사와의 앙금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버시바우 대사는 지난 5월 손학규 당시 대표에게 불쑥 전화를 해 "30개월 미만 소만 수입해야 한다"는 손 대표의 발언을 지적하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불만을 표출해 민주당의 화를 돋웠다.

    당시 민주당은 미국 대사관에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했고, 차영 대변인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일국의 대사가 야당 대표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응당 사전 면담을 신청하거나 서한을 보내는 것이 도리에 맞을 것인데 절차적으로 맞지 않고 내용도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불쑥 전화를 한 버시바우 대사에게 "지금 얘기하려는 목적이 무엇이냐"고 따지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 후에도 버시바우 대사는 이명박 정부가 30개월령 미국산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요청하자 "재협상할 필요성은 못느낀다"고 못박은 뒤 "한국 국민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과학과 사실을 좀 더 배우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여론을 악화시켰다. 민주당은 이같은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에 "국민 전체를 모욕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손 대표는 "태도가 가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직 대표와의 일이라고 하지만 민주당으로선 이후 버시바우 대사로 부터 아무런 사과도 받지 못해 여전히 앙금이 남아있다. 그런데 이날 정 대표는 버시바우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정 대표는 오히려 "버시바우 대사가 금년에 머리가 많이 아팠을 것이다. 그런데 잘 이겨내고 양국 우호증진 등 큰 일을 잘 처리했다"고 치켜세웠다. 

    이후 비공개 만남에서도 두 사람은 쇠고기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언급만 했다. 최재성 대변인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그 얘기(손 대표에게 불쑥 전화했던 일)는 없었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누가 얘기할 일이 없다"며 "그것은 외교적으로도 새 지도부 예방하러 온 사람인데… (버시바우 대사는)떠날 사람이기에 진중한 얘기는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