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5일자 오피니언면 '횡설수설'에 이 신문 허문명 논설위원이 쓴 '친북(親北)좌파 반북(反北)좌파'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금강산 사건을 전하는 인터넷 뉴스 아래 달린 댓글들은 “독재자 비자금만 불려주다 ‘관광 살해’를 당했다” “광우병 쇠고기 먹고 죽을 확률보다 금강산 가서 죽을 확률이 더 높으니 어찌된 일인가” “비료고 쌀이고 다 중단해야 한다”는 반북여론 일색이다. 금강산 해변을 산책하던 주부가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했는데도 대북 유화책을 담은 원고를 그대로 읽은 이명박 대통령의 무능과 안이를 비판하는 여론도 높다. 야당인 민주당도 사건 직후에는 대북 유감 표명을 하지 않고 정부의 늑장대응만 비판하다가 비난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14일에서야 북의 과잉대응을 성토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집권 시절 이끌어낸 금강산 개성관광에 대한 애착이 있겠지만, ‘이번 사건과 남북대화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성명은 잘못된 것이었다.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한국진보연대는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사건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해 남북관계 경색을 추구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숨진 박왕자 씨를 애도한다고 하면서도 비무장 여성관광객에게 총질을 한 북한의 만행은 비판하지 않았다. ‘국민건강권’을 내세워 미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친 사람들이 정작 북한이 침탈한 ‘국민생명권’에는 무감각한 것인가.

    ▷민주노동당은 11일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면서 “남북관계 전반에 어려움을 조성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민노당 홈페이지는 촛불집회와 쇠고기 수입반대 글만 가득하다. 반면에 민노당에서 갈라져 나온 진보신당은 북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조사를 거부한 무책임하고 독선적인 행동을 비판했다. 민노당 내 다수였던 ‘종북주의(從北主義)’를 비판하고 탈당한 소수 ‘반북 좌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왜 갈라졌는지 이유를 알 만하다.

    ▷인간 생명과 인권 문제에서 좌우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친북좌파는 그동안 북한 주민의 인권에 입을 다물었다. 민노당과 진보연대는 촛불시위에서 입버릇처럼 ‘독재 타도’를 외쳤지만, 정작 국민 생명을 앗아간 김정일 독재의 야만성에는 눈을 감고 있다. 친북좌파의 이중 잣대는 이성과 상식의 범위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