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경륜있는 선배들의 불꽃튀는 혈전을 봤다"

    야당 몫의 국회부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15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사회를 본 신학용 의원이 박상천 문희상 김영진 의원의 정견발표 뒤 한 말이다.

    명예직인 국회부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선거에서 후보로 나선 박상천 문희상 김영진 세 후보는 상대 후보를 헐뜯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신 의원이 "불꽃튀는 혈전을 봤다"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했지만 이미 세 후보 모두 20여년 자신의 정치활동 치부를 다 드러낸 후였다.

    4선의 문 후보, 5선의 박상천 김영진 후보 모두 정치경륜과는 걸맞지 않게 정견발표 초반부터 네거티브전을 벌였다. "우리 후보 셋 모두가 각고의 세월을 함께 보낸 뜨거운 동지들이고 어떻게 정치를 해왔는가는 여러분들이 낱낱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모두 알 것"이라는 문 후보의 말처럼 이들의 20여년간 정치인생은 50여분간의 정견발표로 발가벗겨졌다.

    열린우리당 의장, 노무현 전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후보에 대한 경쟁 후보의 평은 이랬다.

    "새로운 민주당을 출범한지 9일만에 실시되는 부의장에 행여라도 계파 정치의 상징이고, 국정실패의 실질적 책임이 있는 분을 내세우는 것은 당원과 국민의 준엄한 요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잘못된 선택이다. 계파 이기주의와 독선, 독단으로 이미 실패한 지도력을 다시 선택해 부의장으로 선출한다면 계파와 줄세우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평화민주 개혁세력의 요구는 대통합이었는데 끝까지 통합을 거부한 양당의 대표가 공교롭게도 이 자리에 나란히 계신다. 열린우리당 당의장,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사람이…" (김영진 후보)

    구민주당과 통합민주당의 당 대표를 지낸 박상천 후보에 대한 평도 좋지 않았다.

    "또 한분은 원민주계 수장으로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보여준 일련의 행적에 대해 말하겠다. 되지도 않은 0.7% 후보(구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나섰던 이인제 의원을 지칭)를 끝까지 사수하면서 모든 민주평화 개혁세력을 외면했다.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후보가 사지에서 당당히 출사표 던졌을때 그 분은 대표직 이용해 터무니 없는 전략공천 카드를 꺼내들고 지분챙기기를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지역에 따라서는 30~40% 대의원을 차지하려 했다. 계파지분확보를 관철시켜 분란을 야기시키고 계파정치를 고스란히 재연시킨 사람이 누구냐. 오죽하면 창피해서 국민 보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겠냐"(김영진 후보)

    공격을 받은 문희상 박상천 두 후보도 진흙탕 싸움에 가세했다.

    5선의 박상천 후보, 4선의 문 후보를 겨냥, "아시는대로 미국과 유럽의 정치 선진국은 시니어리티 룰이라 해서 시니어가 국회직을 맡는게 전통이다. 일본도 그러하다. 우리나라도 국회의장 선거에서 단한번을 제외하고는 이 원칙이 지켜져 왔다. 내용은 다선이 우선하고 같은 다선일 경우는 정치 경력과 연령이 높은 후보자에게 주어진다. 우리가 다선 원칙을 깨려면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원칙을 깨뜨려야 할 이유가 없다"

    문 후보, 선수 높은 박 후보 겨냥, "어떤 분들이 말하길 선수가 순리라고 하는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이 시대의 시대정신은 무엇이고 순리는 무엇인가. 18대 국회의 시대정신은 개혁과 변화다. 지난 국회의 역사를 보면 도약의 시기에는 선수 파괴라는 도전이 있었다. 선수로 정하는 게 순리가 아니라 여러분 결정을 따르는 게 순리고 민주 절차를 따르는 것이 순리다"

    문희상 박상천 두 후보는 김영진 후보의 공격에 추가 시간을 이용해 맞받아치기도 했다.

    문희상 "다른 건 이의가 없다. 그런데 국정실패 세력의 두목처럼 표현되는 대목은 할 말이 좀 있다. 그 논리의 연장선상에 한나라당의 논리가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세월이라 한다. 국정이 실패했다고 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자유로운 분이 누가 있나. 말씀하신 분(김영진 후보)은 참여정부 초대 농림부 장관 아니냐"

    박상천 "두 당이 통합했을때 한 당의 대표로 있던 사람이 자기 당에서 오랫동안 있던 사람을 공천해달라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구 공천에서도 소위 전략공천이 무산됐는데도 기자회견을 통해 공격하라는 당원들 요구를 묵살하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면 통합을 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날 치러진 18대 국회 전반기 야당 몫 국회부의장 후보는 문 후보가 선출됐다. 구속 중인 정국교 의원 등 2명을 제외한 소속 의원 79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경선에서 문 후보는 1차 투표(문희상 36표, 박상천 28표, 김영진 15표)에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해 결선투표까지 가서야 43표를 얻어 33표를 얻는데 그친 박 후보를 누르고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