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전혀 하지 않은 채 회의를 시작했다. 

    이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도발과 관련한 강력한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대통령은 회의장 밖에서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장관, 김하중 통일부장관과 잠시 얘기를 나눴을 뿐 독도나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회의에 앞선 이 대통령의 표정에서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고 참석자들은 말했다. 평소 티타임장에서 "차 한잔 하시라"며 참석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현안에 대한 의견을 가볍게 주고 받았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3,4 분간 김도연 김하중 장관과 몇마디 나눈 뒤 회의시작 시간인 오전 8시가 되자 곧바로 "제 29회 국무회의를 시작합니다"라며 개의를 선언했다.

    당초 15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될 예정이었던 국무회의를 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기로 결정되면서 이 대통령의 발언에 귀추가 주목되던 터였다. 굳게 입을 다문 이 대통령의 분위기를 한 참석자는 "폭풍전야같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이어 수석비서관회의도 갖게 돼있어 일본에 대한 유감 수위나 표현 방법을 놓고 마지막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5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허위보도 등으로 급박하게 움직였던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은 일본 도발 대응책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쇠고기 논란이 극심하던 당시와 청와대 1기 참모진 교체를 발표하던 때 회의 모두발언을 생략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