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3일 사설 <공권력이 만신창이 된 판에 '공안(公安) 탄압'이라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좌파 시위꾼들이 경찰의 공권력 집행을 교란하려고 ‘공안(公安) 탄압’ 구호를 외치는 것은 늘 그들이 하던 방식이니까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제1야당 통합민주당이 현 상황을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공안 정국’에 비유하며 ‘공안탄압대책본부’를 만든 것은 코미디 수준이다.

    공안 탄압이라는 말은 전두환 대통령 집권기에 민주화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검찰 경찰이 총동원돼 수많은 사람을 구속할 때 처음 쓰이기 시작했다. 정통성이 취약한 정부가 민주화 요구를 억누르는 데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보고 이상한 책 한 권만 소지하고 있어도 마구 잡아 가두었다. 그 시절에는 순수한 민주화 운동가와 친북 세력이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의 시위대는 공안 탄압만 외치기가 싱거웠던지 ‘독재 타도’를 함께 외친다. 진짜 독재가 뭔지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전두환 독재’를 맛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감히 못할 것이다. 독재와 공안 탄압은 고사하고 이명박 정부는 지금 최소한의 치안능력도 상실한 느낌을 준다. 경찰관이 시위 현장에서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현행범을 체포하려다 시위대에 납치돼 오히려 ‘현행범’으로 몰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나이 어린 중학생이 전경에게 침을 뱉는 세상이다. 시위대에 포위당한 전경들이 “살려 달라”고 호소하는 일도 있었다. 

    세종로 일대에 세워진 경찰 버스들은 시위대의 폭력으로 만신창이가 돼 폐차장에서 끌어온 차량처럼 보인다. 버스마다 낙서투성이이고, 그중엔 스프레이로 휘갈겨 쓴 ‘견찰(犬察) 멍멍’이라는 글도 눈에 띈다. 공안 파괴 세력들이 법치(法治)와 민주주의를 한껏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의 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공권력이 폭력 시위에 짓밟히는 상황에서 ‘공안 탄압’ 운운은 책임 있는 야당 지도부가 할 말이 아니다. 공안은 공공(公共)의 안녕과 질서를 뜻한다. 국민의 다수가 야간 불법 시위 중단과 ‘공안의 회복’을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