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사고 보도 협조 전혀 안돼, 고압적 검색에 전용기 이륙 지연까지
  • [런던-브뤼셀=안종현 특파원]

    영국 왕실이 초청하는 국빈방문은
    1년에 상반기-하반기 두 차례로 제한하는 등
    원칙을 엄격히 지킬 정도로 격식에 민감하다.

    [형제 국가]인 미국조차도
    여왕의 초청을 받은 사례는
    아들 부시와 오바마 대통령 단 둘 뿐일 정도다.

    때문에 지나친 원칙만 강조하는 영국의 전통으로 인해
    초청 받은 수행단이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3박4일간 영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도 황당한 해프닝을 겪었다.
    영국 특유의 보수적인 일처리로 생각하기에는 다소 심한 일들이었다.

     


    #1. 꽈당 대통령, 이게 다 전파 탈 줄은..

     


    박근혜 대통령의 영국 방문 마지막 밤인 6일 저녁(현지시간)
    로저 기포드 런던시장이 주최한 만찬이 열렸다.

    런던시장은 런던시에서 여왕 다음의 의전 서열로,
    영국 여왕과 정부를 대표해 이 지역을 방문하는 외국 정상을 영접하는 게 관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등장했다.

    하지만 계속 내린 비로 바닥은 미끄러웠고
    입고 있던 한복이 말썽을 일으켰다.

    박 대통령은 차에서 내리던 도중 한복 자락을 밟고 넘어졌다.

     

    드라마틱한 입장입니다...
    (Dramatic entry...)

     

    꽤 심하게 넘어졌지만,
    박 대통령은 이 같은 특유의 재치 있는 말로
    놀란 주변 상황을 정리했다.


  • ▲ 런던시장 만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 런던시장 만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 상황을 지켜본 우리 측 수행 기자단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고 이를 보도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빈 방문을 한 대통령의 가십거리를 보도하는 것은
    자칫 본래의 순방 성과를 가릴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

    청와대 수행단에서도 이에 대해
    영국 측과 일정부분 공감대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음날, 뉴스통신사인 AP에
    박 대통령의 꽈당 사건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덕분에 박 대통령의 임기 첫해 영국 왕실 초청을 불편하게 보던
    일본의 <아사히TV>와 <후지TV>는
    이 장면을 보도하며 [조소]를 지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저녁(현지시간) 런던 시내 '길드홀'에 도착, 차량에서 내리다 한복에 발이 걸리며 넘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저녁(현지시간) 런던 시내 '길드홀'에 도착, 차량에서 내리다 한복에 발이 걸리며 넘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2. 이해 못할 검색 강화, 대통령 발 [동동]

     

     

    다음날인 7일 박근혜 대통령은
    벨기에와 EU 정상회담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로 떠났다.

    이륙 예정 시간은 오전 10시50분.

    대통령 수행단은
    오전 8시30분 숙소를 떠나
    9시30분경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간략한 수속을 마치고 대통령 전용기에 오르려던 수행단은
    갑자기 나타난 영국 경찰들의 제지를 받았다.

    일반 여행객에 준하는 공항 검색을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대통령 경호실도
    영국 경찰의 일방적 통보를
    당일 아침에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순방에서 전용기 탑승자의 경우
    간단한 보안 검색만 통과하는 것이 관례다.

    1. 검증된 명단의 사람만 탑승하며
    2. 출국당시 대통령 경호실의 별도의 검색을 거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경찰들은
    X-Ray 검색만으로도 가능한 작업을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정을 갖다 댔다.

    1. 가방에 있는 개인 노트북이나 휴대폰, 패드 등을 모두 꺼내고,
    2. 허리띠를 풀고 구두를 벗게 했다.

    입국 당시에는 전혀 하지 않았던 검색을
    오히려 출국 과정에서 하겠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였다.

     

  • ▲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경찰이 총을 들고 대통령 수행단을 통제하고 있다. 이날 지나친 검색 강화로 박근혜 대통령은 런던 출발이 지연돼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 뉴데일리
    ▲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경찰이 총을 들고 대통령 수행단을 통제하고 있다. 이날 지나친 검색 강화로 박근혜 대통령은 런던 출발이 지연돼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 뉴데일리

     

    이미 박근혜 대통령은 전용기에 탑승했지만,
    수행단 대부분은 검색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우리 측 외교부는 강력히 항의했다.

    박 대통령의 이륙 시간이 지연되고
    벨기에에서의 다음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왜 대한민국 대통령 전용기를 타는데
    영국 경찰의 강도 높은 검색을 받아야 하느냐.”

     

    우리 측의 항의에도
    영국 경찰은 오히려 총기를 들고
    고압적인 자세로 원칙만 강조했다.

    결국 10시50분 이륙 예정이었던 대통령 전용기는
    45분이나 지연된 11시35분에서야 겨우 떠날 수 있었다.

    덕분에 박근혜 대통령은
    오후 2시40분(현지시간) 벨기에 첫 행사인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헌화>에 20여분을 늦는 등
    일정 소화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