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2 월,화드라마 (밤10시) <굿닥터> (연출 기민서 김지우, 극본 박재범) 9월 30일 방송. 진료에 관심이 없던 고충만과장이 시온의 전화를 받고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육 백만불의 사나이처럼 달리는 신선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고충만(조희봉) 과장은 주인없는 고양이처럼 아무 의욕이 없이 비실거리며 진료에 관심이 없이 매사에 시큰둥하다. 매형이 시키는 야비한 짓을 거절하지 못하고 하고 나서 그런 자신을 비웃으며 멍하니 바라본다.

    실력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빠짐이 없는 김도한(주상욱)은 모두가 존경하며 따르는데, 의사답지 못한 고과장을 의사로서 바라 봐 주는 후배들이나 레지던트들은 아무도 없다. 마주쳐도 인사도 안 한다. 

    김도한과 비교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며 고과장은 더욱 자괴감에 빠진다. 깊은 웅덩이로 굴러 떨어져 주저앉아 있을 때 그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시온(주원)이었다. 아무도 곁에 오려고 하지 않는 고과장에게 다가 와 아이스크림을 건네 주고 도망간다. 그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태도에 차갑게 얼어 붙었던 마음이 더운 공기에 아이스크림이 녹듯이 녹아내린다. 


    결정적인 계기는 시온이 고과장의 수술을 많이 하여 굳은 손마디를 보고 존경한다며 자기도 고과장처럼 되고 싶다는 말이 그를 의사로서 일으켜 준다. 그 때부터 아무 목적지 없는 사람처럼 느림보 원숭이 같이 온 몸을 축 늘어 트리고 어슬렁거리며 걷던 그의 온 몸은 꼿꼿이 선다.

    응급환자가 오자 시온이는 고과장한테 전화를 건다. 고과장은 전화를 받자마자 [육백만불의 사나이] 처럼 숨도 쉬지 않고 바람처럼 달려온다. 그런데 환자는 시간을 많이 허비하여 위험하다. 그동안 위험스러운 환자가 오면 그 후의 파장을 염려하여 수술을 피해서 비난을 샀다. 

    "너무 늦었어! 열면 끝이야!"

    CT사진을 보고 고민을 하며 갈등을 한다. 그러다가 시온이가 칭찬해 준 자기 손을 들여다 본다. 고과장은 용기를 내어 수술하기로 한다.  


    시온이를 퍼스트 어시스트로 지명하여 한 팀이 된 고과장과 시온이! 어려운 고비가 있었지만 고과장은 포기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살리려 애쓴다.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나니 같이 수술에 참여했던 팀들이 모두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비로서 고과장은 방황하던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으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격과 뿌듯함,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온 힘을 다해 수술하고 나서 녹초가 되어 있는데 도무지 의사같지 않은 고과장을 영 못마땅하게 여기던 김도한이 와서 고생하셨다고 깍듯이 인사를 한다. 머쓱하게 인사를 받던 고과장도 고맙다고 한다. 한 직장에서 서로를 마뜩찮게 여기며 각을 세우던 사람들이 그동안의 좋지 않은 감정들을 풀며 서로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여간 좋은 것이 아니다.
     
    사람간의 감정은 좋았던 감정도 아무 이유 없이 한 순간에 뒤집혀 나쁘게 바뀌는 충격을 살면서 여러 번 경험할 것이다. 골 깊었던 나쁜 감정도 어떤 계기로 전혀 생각지 않게  좋게 바뀔 수도 있다. 믿을 수 없는 감정들에게 자신을 맡기고 끝가지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감정들을 바꿀 수 있다면 세상은 훨씬 살 맛이 날 것이다.   


    어른의 사고로 고정되어 있는 고과장에게 어린아이 같이 순수한 마음과 행동으로 번번히 놀라게 하는 시온이가 달려온다.

    "과장님! 최고십니다! 역시 과장님은 제가 존경해 마땅한 분이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존경 받고 싶어한다.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이리라! 하지만 온 세상은 지식으로 충만하여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지나치게 영리한 인간들은 존경할 거리보다 존경할 수 없는 부분을 끝없이 캐낸다.

    바보 같은 시온이의 그런 모습은 오랫동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고래도 춤 추게 한다'는 칭찬을 수시로 시온이로부터 듣는 고과장은 앞으로도 환자들을 향해 육 백 만불의 사나이처럼  달리고 달릴 것이다.

    [사진출처 = KBS2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