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13, 14일 한미 FTA 청문회는 예상했던 대로 쇠고기 개방 논란만 벌이다 끝났다. 한미 FTA에 따른 피해 산업 대책과 비준 동의는 손도 대지 못했다. 이달 말이면 17대 국회도 끝난다. 이제 열흘 남짓 남았을 뿐이다. 다수당인 야당이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는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18대 국회로 넘어가면 비준동의안 상정부터 모든 절차와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원(院) 구성 문제까지 겹쳐 또 몇 달을 날려보낼 수밖에 없다.

    미국 부시 행정부는 아직까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FTA에 부정적인 민주당이 의회를 지배하고 있어 비준동의안 통과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이 먼저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해 미 의회와 행정부에 부담을 주고 압박해야 그나마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미 의회가 여름 휴회(休會)에 들어가는 8월 2일 이후엔 11월 대선까지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기회가 없다. 그 이전에 의회가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도록 하려면 우리 17대 국회가 일을 마무리 짓는 것 말고 다른 길이 없다. 그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선 이후에도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미 FTA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민주당 쪽 후보가 집권하면 최악의 경우 한미 FTA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무산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며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또다시 논란만 벌이며 몇 년을 끌게 될 수도 있다.

    한미 FTA 발효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한국과 미국 모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한미동맹 관계의 복원(復元)과 대외 신인도(信認度) 측면에서도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FTA 협상 타결 이후 1년이 넘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두 나라 지도자와 정부, 정치인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