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오늘과 내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가 열린다. ‘한미 FTA 비준 동의가 17대 국회의 마지막 임무’라는 여론을 받드는 모양새의 청문회다. 사실 청문회를 연다고 새로 밝혀낼 것도 없다. 한미 양국이 2006년 1차 협상을 시작한 이래 국회가 한미 FTA를 주제로 개최한 회의만 해도 FTA 특위 회의 26회, 통일외교통상위 회의 18회, 청문회 3회나 된다. 짚을 만한 문제는 모두 짚었다.

    그럼에도 17대 국회가 마지막 임시회의 의사일정으로 FTA 청문회를 잡자 비준 동의안 처리에 대한 한 가닥 기대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17대 국회가 그냥 넘길 것이 확실해졌다. 18대 국회는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한 인터뷰에서 “도대체 이런 낭비가 어디 있느냐”고 한숨을 내쉰 것에 공감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까지 겹쳐 정말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 알 수 없다. 한국 국회가 승강이나 하고 있는 사이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한미 FTA는 물 건너갈 수도 있다.

    통합민주당은 FTA 청문회를 ‘쇠고기 청문회’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통외통위 상임위원을 한미 FTA 비준 동의에 긍정적인 의원 대신 ‘강경 반(反)FTA파’로 교체하기까지 했다. 정부의 쇠고기 협상을 공격하기에 좋은 기회라는 정략적 계산이 서자 한미 FTA 비준 동의에는 관심이 사라진 듯하다.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 지도부 경선에 나선 정세균 천정배 의원과 추미애 당선자는 쇠고기 재협상 문제를 놓고 ‘선명성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한미 FTA 협상을 타결했고, 쇠고기 수입에 대해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결론을 따른다는 결정도 노무현 대통령이 내렸다. 정권을 잃었으니 다 무효라는 말인가. FTA 청문회에서 똑같은 말을 듣기도 지겹다. 사실상 ‘쇠고기 청문회’를 하겠다는 것이라면 지난주 청문회의 재탕이다. FTA 청문회로 정국을 더 혼란시킬 거면 17대 국회를 하루라도 빨리 문 닫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