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2일자 사설 "'선거법 위반' 수사, 정치적 흥정 대상 아니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0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친박연대에 대한 검찰의 공천헌금 의혹 수사를 거론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으나 친박연대와 특정지역에 대해 편파적인 표적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청와대가 매일 검찰에 전화를 넣는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온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중대한 발언이다. 권위주의 정권 때나 있었을 법한 일이 자행되고 있다면 검찰은 물론 이 대통령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친박연대의 복당과 공천헌금 의혹 무마를 위해 발 벗고 나선 듯하나 회동의 성격이나 그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비춰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박 전 대표는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의 문제 제기에 "대통령이 알아보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청와대가 수사에 개입한 일도 없고, 관여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박 전 대표의 주장과 상치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모르나 실망스럽다. 국민은 두 사람이 힘을 합쳐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높여주기 바랐으나 허사가 됐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진실로 '국정의 동반자'로 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렇다고 박 전 대표가 어제 다시 "복당 문제는 이달 말까지 결론이 나야 한다"고 압박한 것도 바른 대응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공천헌금 의혹 수사만큼은 엄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결코 정치적 흥정거리가 돼선 안 된다. 벌써 통합민주당과 창조한국당도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표적수사와 정치보복이 청와대의 기획에 의해 진행되고 있음이 입증된 것"이라고 공세에 나섰다. 친박연대 양정례 당선자도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의원직 사퇴를 강요하고, 개인적인 병명(病名)까지 거론해 여성으로서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대해선 진위와 책임 소재를 반드시 가려야 하나 그렇다고 수사가 조금이라도 위축된다면 정치발전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