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일 사설 <'광우병 괴담' 통한 반미(反美)선동 경계한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광우병 괴담’이 사이버 세계를 광풍인 듯 휩쓸고 있다. 우리는 MBC ‘PD수첩’이 그 한 진원지임을 주목한다. PD수첩은 지난달 29일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에서 “한국인은 인간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비율이 94%로 서양인에 비해 발병 가능성이 2~3배 높다”고 보도했다. 그 보도 이래 국민의 ‘먹을거리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중이다. 인터넷 일각도 그에 못지 않다. “라면스프·떡볶이·피자를 먹어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고, 생리대·기저귀도 소의 일부를 쓰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이 유포되고 있다. 일부 연예인의 자극적인 홈페이지도 어이가 없다. 1일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넣는 편이 낫겠다”고 한 글에 숱한 네티즌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곳 아닌,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쇠고기 먹고 죽기 싫다’는 한 초등학생 글이 올라와 있다.

    식탁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리 없고, 인간 광우병의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만큼 경계 역시 지극히 당연하다. 그렇지만 방송까지 나서서 과학적 근거를 벗어난 주장을 공중파에 실어보낸다면 그 진의는 ‘식탁 안전, 인간 광우병 경계’ 차원을 훨씬 벗어난다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1996년 영국에서 첫 감염자가 나온 이후 인간 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전세계를 통틀어 207명으로 미국인은 3명이고 그 중 2명은 발원지 영국에서 거주했다고 한다. 그 단 1명 때문에 미국의 인간 광우병 위험이 높다고 한다면 그것은 과장이라기에 앞서 의도적인 거짓말이다. 세계 118개국 국민이 먹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지만 한국인의 유전자가 유독 취약하다면 200만 재미동포의 무탈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미국은 지난해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인정받았다. OIE 판정을 물리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

    ‘광우병 괴담’을 유포하고 그 증폭을 유도하는 일부의 의도적 책동은 ‘반미(反美)의 추억’ 그대로로 비친다. 2일로 예정된 촛불집회는 2002년 6월 이래의 미선·효순양 사건의 흐름을 닮았다.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일부의 부정적인 우려를 반미(反美)로 이끌고 그로써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을 무산시키려는 구도 또한 짚인다. 7일 쇠고기 청문회, 14일 KORUS FTA 청문회를 앞둔 국회 또한 일각의 반미 선동을 경계하고 FTA 비준동의의 마무리 의지를 다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