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친일인명사전 수록인물' 명단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친일 문제는 공과를 균형있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소속 7개 종교 대표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가 일본을 용서하는데…"라며 "(친일문제는) 국민화합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밝혔다고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시절 미당 서정주 선생의 후손들이 생가를 매각해 빌라를 지으려던 것을 서울시에서 사들여 복원한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인인데…"라며 "잘못은 잘못대로 보고 공은 공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과거사 관련 위원회 정비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이런 저런 과거사 청산관련 위원회 분들이 주로 과거 정부에서 임명됐는 데 과거사 관련 위원회 정리를 위해서는 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이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위원회 정비 방침은 (이미) 서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선진일류국가 도약을 위한 '제자리찾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우수하기 때문에 제자리를 잡으면 세계 일류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개인과 가정, 국가는 물론 남북 관계 등의 제자리 찾기를 주문한 것으로 이 대변인이 전했다.

    최근덕 성균관장이 "새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강조하다 보니 자칫 인성교육이나 윤리도덕 등을 덜 강조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고 지적하자 이 대통령은 "우리가 열심히 살다 보니 국민 의식이 소홀해졌다. 어른 공경과 같은 자랑할 만한 우리 정신 유산이 서양 문물에 묻힌 감이 있다"면서 "새 정부가 '가족복원 운동'을 벌이려 하니 종교계에서 도와달라"고 주문했다. 공교육 강화와 관련해서도 이 대통령은 "공교육의 기본은 인성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배석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문화정책의 기본틀도 사회 전반의 윤리도덕성 강화에 두려 한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를 언급하며 "미국, 일본과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신뢰를 회복했으니 북한과도 제대로 된 관계를 정립해 신뢰를 회복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면서 "북한과는 진정성과 민족애를 갖고 가슴을 열고 만나야 한다. 다른 나라도 돕는 데 동족끼리 돕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지금까지는 저쪽(북한)에서 욕하면 쫓아가 '욕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제는 원칙을 갖고 하겠다"면서 흔들림 없는 대북 기조 마련을 강조했다. 이에 엄신형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 회장은 "그동안 북한의 버릇을 잘못 가르쳤다"면서 과거 정권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으며 다른 참석자들도 "대북 관계는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불교), 한기총 회장 엄신형 목사(개신교),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 종교간 대화위원회위원장(천주교), 최근덕 성균관장(유교), 이성택 교정원장(원불교), 김동환 교령(천도교),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민족종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