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각 인선 파동으로 한나라당의 입장이 난처하다. 4월 총선에 미칠 여론의 파장을 생각한다면 새 정부 도덕성에 타격을 준 인선을 강하게 질책하고 책임 추궁에 나서야겠지만 자칫 여권내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통합민주당의 추가 사퇴 압력에 총선을 겨냥한 정치공세라는 역공을 취해보지만 힘이 딸린다.

    이미 장관 후보자들에게 제기된 땅 투기, 논문표절, 자녀 이중국적, 병역의혹 등 만으로도 새 정부 도덕성에 흠집이 난 상태.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인맥)' 'S 라인(서울시청 출신)' '강부자(강남 땅 부자)' 등 이미지에 맞서 청와대를 대신해 싸워야할 판이다.

    한나라당은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 사태와 관련해 '수도권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거나 '새로운 인사 검증시스템을 가동해야한다'는 등의 표현으로 청와대에 불만을 에둘러 나타내면서도, 책임론에 있어서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피했다. 28일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후보자와 김경한 법무부장관 후보자에게도 '땅 투기'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통민당은 "논문표절, 중복게재, 공금유용 등은 본인이 시인했다. 자질과 능력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며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교체를 요구한 상태다.

    홍준표 의원은 28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야권의 장관 후보자 추가 사퇴 압박과 관련해 "상처가 난 뒤 장관이 되면 업무수행을 오래 할 수 없다"면서 "장관으로 임명하기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람만 빼고는 일단 한번 받아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정책 일관성이 결여된 주장이 아니냐는 지적에 "오죽 답답하면 그런 이야기를 하겠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인선 파동 책임론에 있어서는 "기준이 잘못된 게 아니고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가동이 안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은 "국민의 높은 기대에서 온 실망이 4월 9일 표심까지 연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새롭게 내정될 후보자에 대해 아주 엄격한 검증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이를 극복하는 길"이라며 봉합에 나섰다. 이날 불교방송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정 의원은 "정부가 정식 출범해서 인사하는 과정이었다면 책임론이 나올만 하지만, 출범 이전에 특정한 책임 권한이 부여된 담당자가 한 것이 아니다"면서 "한나라당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함께 책임을 져야한다. 지금 시점에서 책임자 공방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인선 파동과 관련한 여론에 대해 남경필 의원은 "한나라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준 분,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어준 분들이 걱정스럽다는 의견을 많이 줬고 한마디로 와글와글했다"고 전했다. 남 의원은 "당선자 신분으로 정부 인사자료를 제대로 받아볼 법적 제도가 마련이 안됐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중요한 것은 책임론을 말하기보다 제도적으로 먼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남주홍 박은경 내각 후보자들의 줄사퇴 이후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인선 파동에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검증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고 아프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변명이겠지만 제한된 인력으로 수작업하듯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워낙 많은 양을 (검증)하다보니 역량을 초과해 허점이 생겼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시작부터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고 국민에게 걱정을 끼쳤다"며 "생각보다 인재풀이 매우 제한돼있으며 검증과정에서 현실적 제약과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