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8일 사설 '연속 낙마, 대통령 인사 조언그룹부터 다양화해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부동산 불법·탈법 취득 의혹 등을 받아온 남주홍 통일,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가 27일 스스로 물러났다. 여성부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까지 합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고른 새 정부 첫 장관 후보 15명 중 세 명이 도중하차했다.

    남 후보자나 박 후보자의 낙마는 형식은 자진 사퇴였지만 사실은 이 대통령과 여당인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날 아침 급히 만나 협의한 결과였다. 두 사람이 실제 불법과 탈법을 저질렀느냐는 문제와 별개로 "의혹이 있는 장관 후보들은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65.3%(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나 될 정도로 민심이 돌아선 상태다. 새 정부를 하루속히 안정시키려면 이런 국민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 인물 기용→의혹 부각→낙마' 코스는 노무현 정부 5년 내내 벌어졌던 일이다. 당시 정권은 그걸 시스템 인사라고 고집을 피우더니 5년 내내 인사를 망사(亡事)로 만들어 버렸다. 이번 이명박 정권의 인사 파동은 메뉴조차 위장 전입에 의한 부동산 취득, 논문 표절, 엉뚱한 해명으로 화(禍)키우기 등등 전(前) 정권 그대로다. 전 정권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인사 검증 시스템을 즉각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재산 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때 당선자 대변인은 "자체 정밀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했었다. 이제 보니 검증 자체가 엉터리였다.

    그러나 사실은 검증보다는 그런 사람을 골라서 대통령에게 추천했던 인사의 앞 단계가 더 문제다. 인사 발표 전에 새 정부 첫 내각의 평균 재산이 39억원에 달하고, 어떤 사람은 부동산이 40건이나 된다는 초보적 자료는 이미 파악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주변의 인사 추천 그룹은 뭔가 문제가 있구나 하는 느낌조차 갖지 못한 채 위로 올리고 그대로 발표돼 버렸다. 내각에 앞서 발표한 청와대 비서들 인사도 마찬가지다. 비서들 면면(面面)을 한 번 훑어보기만 해도 무슨 출신은 너무 많고 무슨 출신은 너무 적다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을 법한데 결국 그대로 나가 국민을 화나게 만들고 말았다. 대통령 주변에서 인사에 대해 추천하고 조언하는 그룹 자체의 출신과 가치관이 너무 한쪽에 치우쳐 있어 벌어지는 일이다. 대통령의 귀에 사람과 인사에 관한 다양한 목소리가 닿을 수 있도록 측근 진용부터 다양화해야 한다.

    지금 세간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니 '강부자(강남에 땅부자)'니 하는 신조어들이 일대 화제다. 이런 말들이 얼마나 민심을 흔들고 정권의 기반을 허무는지를 안다면 인사 추천 그룹의 다양화는 내일로 미룰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