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4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에 맞춰 그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대대적인 환영행사가 벌어질 모양이다. 노사모를 비롯해 40여 개 지역·사회단체들로 환영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행사 참석자를 최대 1만 명까지 잡고 있다니 실로 진풍경이 예상된다. 국악 공연도 계획하고 있고, 행사 비용 마련을 위해 1억3000여만 원을 모금 중이라고 한다.

    고향 사람들이 임기를 마치고 귀향하는 노 대통령을 따뜻한 마음으로 맞으며 조촐한 행사라도 하겠다면 다수 국민도 기꺼이 마음속으로 박수쳐 줄 준비가 돼 있을 것이다. 그런데 1만 명이 참석하고 억 단위의 돈을 들여 대대적으로 환영행사를 치른다니 이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조용한 퇴임을 바라는 국민을 상대로 어깃장이라도 놓겠다는 것인가.

    봉하마을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개발 사업만도 많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보고서에 따르면 시민문화센터 건립 등 모두 14개 사업이 진행 중이고, 여기에 495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지역균형발전에 목을 매듯이 하더니, 대통령 고향마을만 초호화판으로 ‘불균형 특혜 발전’시키겠다는 것인가. 김해시가 무슨 재주로 이 많은 사업과 예산을 따냈는지, 사업 타당성을 충분히 따졌는지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

    이런 개발 사업과 환영행사가 본인의 뜻에 따른 것이 아니라면 노 대통령은 만류하고 사양하는 것이 정상이다. 실패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도 그렇지만 그런 ‘귀향 쇼’가 오히려 퇴임 대통령의 첫 귀향이 갖는 의미마저 퇴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숭례문 소실(燒失)로 온 국민이 상심한 이때 이런 소식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비위가 상할 지경이다.

    국민 사이에서 “그 돈을 숭례문 복원에나 쓰라”는 말이 나온다. 노 대통령과 노사모, 김해시와 지역 주민은 이 같은 민심을 알고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