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2일 사설 'A매치 경기에 태극기 애국가 왜 안되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다음 달 26일 평양에서 열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예선 남북한 경기 때 북측이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5일 개성에서 북측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북은 태극기와 애국가 대신 남북 단일팀 구성이나 친선경기 때처럼 한반도기(旗)와 아리랑을 쓰자며 완강히 버텼다고 한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경기는 민족의 화해를 앞세운 친선경기가 아니라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로 공식적인 국가 간 경기다. 양국 국기(國旗)를 게양하고 국가(國歌)를 연주하는 것은 원칙이자 관례다. FIFA 회원국인 북도 마땅히 이에 따라야 한다.

    북은 “평양 하늘 아래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도록 할 수는 없다”고 했다지만 2005년 남한에서 열린 동아시아컵 축구대회 때 우리는 북의 인공기를 게양하고 그들의 국가를 연주한 전례가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인공기가 나부끼고 북의 국가가 연주된다면 우리 역시 법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내 정치나 법 집행 차원과 구분되는 순수한 스포츠 행사라는 점에서 이를 허용했다.

    우리 대표단은 “태극기와 애국가가 없는 경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고 돌아왔지만 북의 태도가 달라질지는 미지수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경기가 제3국에서 개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럴 경우 무슨 망신인가.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가라는 비극적 현실을 꼭 이런 식으로 국제사회에 광고해야 하는가.

    북의 위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입만 열면 ‘민족끼리’를 외치고,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살려 나가자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마침 26일엔 뉴욕 필하모니가 평양에서 공연한다. 공연 중에는 북-미 양국 국가 연주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미국 국가는 연주하도록 허용하면서 태극기와 애국가를 부정하려는 것이야말로 반(反)민족적 작태다. 그러고서도 ‘민족끼리’를 되뇔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