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31일 사설 '한나라당 공천 당규(黨規) 갈등을 보며'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그제 공직후보자 공천당규(3조)에 따라 부패·비리 전력자 공천 불가(不可)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공천심사위는 오늘 회의를 열고 안상수 원내대표가 제시한 절충안을 중심으로 이 문제를 재론한다지만 당은 이미 상처를 입었다.

    “당규대로 하겠다”는 공천심사위의 방침을 탓할 수는 없지만 박 전 대표 진영의 반발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만 해도 벌금형 전력이 있지만 16, 17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됐는데 이제 와서 같은 전력을 이유로 공천 신청조차 못하게 하다니 반발할 만하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 한다. 현실 정합성은 따져 보지도 않고 문제의 당규를 집어넣은 당의 무능, 무책임에다가 고질적인 당내 세력 다툼과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不在)가 이 모든 분란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대선후보 경선 직후에 만든 문제의 당규는 헌법상 공무 담임권과 평등권 위배 소지가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더욱이 비리 연루자를 공천 부적격자로 규정하고서도 공천 심사 때 사안별로 다시 판단하기로 함으로써 형평성 시비의 불씨를 스스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친(親)이명박, 친(親)박근혜 측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았어야 했으나 오히려 이를 이용하려고만 들었다. 친이(親李)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물갈이’의 근거로 삼으려 했고 친박(親朴)은 이를 ‘음모’와 ‘정치 보복’으로만 보았다.

    강재섭 대표도 리더십을 보여 주지 못했다. 오히려 “정치라는 것이 당헌 당규 해석을 떠나 서로 신의를 지키는 것”이라는 말로 의구심만 키웠다. 그의 말은 당규와 관계없이 특정 인물은 공천해 주기로 물밑 합의가 있었다는 뜻인가. 대선후보 경선 때는 ‘당헌 당규대로’를 외치던 박 전 대표가 “그런 규정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한 것도 무책임하다.

    공천심사위가 설령 갈등을 봉합하더라도 이런 당이 과연 새 정부의 여당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