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31일자 사설 <신당 제안 '대운하 범국민 검증위' 검토해볼 만>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효석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 검증을 위한 범국민 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이 당선자 측이 1년 정도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한다고 했지만, 측근들은 이미 5개 건설사에 사업성 검토를 요청하고 올 상반기 특별법 제정 얘기를 하고 있다"며 "각계 대표로 위원회를 구성해 경제성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다음에 결론을 내리자"고 했다.

    지금 국민은 대운하 얘기만 나오면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대운하에 찬성하는 전문가와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컨테이너선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조차 두 배나 다르게 추정할 정도다. 기초 중의 기초라 할 사안을 놓고도 이러니 공사비, 경제성, 환경영향, 식수 문제와 같은 복잡한 평가는 서로의 주장이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당선자 측은 민자(民資) 사업으로 하면 될 것 아니냐 하지만, 반대하는 쪽은 민자도 조건에 따라 사실상 국민 부담이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당선자 측이 대선이 끝난 뒤에도 대운하 공약을 이렇듯 강력히 추진하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성공 확신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렇게 문제가 복잡하게 꼬여 있고 국론이 나뉘어 있는데 확신만 갖고 "충정을 믿어 달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대선 때 당선자를 지지했던 계층, 지역 사람들은 찬성이 많고, 그렇지 않은 쪽은 반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운하 논란이 정치적 성향으로 편이 갈라지는 양상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선자 측이 추진하는 어떤 대국민 설명과 설득도 야당을 제외하고선 반 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신당 김 원내대표가 제안한 '대운하 검증 범국민위원회'는 당선자 측 입장에서도 대운하 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신당도 "무조건 반대는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힌 만큼 토론을 합리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 총선이 끝나고 위원회를 구성하면 정치적 득실 때문에 막무가내로 싸우는 일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대운하에 찬성하는 쪽도 이것이 막대한 돈만 들이고 결국 쓸모없게 된 지방 공항 같은 운명을 맞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대운하에 반대하는 측도 과거 경부고속도로와 청계천 복원을 반대하던 쪽이 지금은 할 말이 없게 된 역사적 사례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 서로 우길 수만은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런 때에 여야가 함께 논의하고 검증하면 합의는 아니라도 최소한의 공감대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