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을 [친일]로 몰아, 건국세력과 독립세력 일부러 싸움 붙여..[분열] 조장
  • ▲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지난 3월 13일 청와대 인왕실.
    갓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12명의 사회 원로를 모시고 오찬을 겸한 조언의 자리를 마련했다.
    잠시 후 단아한 정장 차림의 한 여성이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사인 이인호(77) 서울대 명예교수였다.

    이 교수가 꺼낸 이야기의 주제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동영상 <백년전쟁>이었다.
    이 교수는 <백년전쟁>의 악의적인 역사왜곡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리고 이 문제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주의깊게 살필 것을 박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이 [사건]은 <백년전쟁>의 해악을 공론화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이후 <백년전쟁>의 역사조작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쏟아졌다.
    <뉴데일리 이승만포럼>은 <백년전쟁>의 역사왜곡을 비판하는 반박 동영상 <생명의 길>을 제작·배포했다.
    이인수 박사를 비롯한 이승만 대통령의 유족은 <백년전쟁>을 만든 <민족문제연구소>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 ▲ '뉴데일리 이승만포럼' 등이 제작한 '백년전쟁' 반박 동영상 '생명의 길' 화면 캡처.ⓒ
    ▲ '뉴데일리 이승만포럼' 등이 제작한 '백년전쟁' 반박 동영상 '생명의 길' 화면 캡처.ⓒ


    트위터와 온라인에서도 <백년전쟁>의 역사왜곡이 뜨거운 이슈가 됐다.

    본지는 <백년전쟁>의 역사왜곡을 공론화 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인호 교수를 초대해 대담을 가졌다.

    한국 최초의 첫 여성 대사로,
    40년간 역사를 전공하고 후학을 길러낸 역사학자이자 교육자로,
    그가 가진 고민과 못 다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서울대학교 문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러시아역사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컬럼비아대와 럿거스대, 고려대 교수를 거쳐,
    1984년부터 1996년까지 모교인 서울대 사학과 교수로 연구를 계속했다.

    같은 해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핀란드 대사로 발탁됐고,
    김대중 대통령 취임 후인 1998년에는 러시아 대사에 임명돼
    옐친 대통령의 방한을 성사시키는 외교능력을 발휘했다.

    현재 KAIST 석좌교수와 서울대 명예교수로 있다.

    대담 <이>=이인호 교수, <인>=인보길 뉴데일리 대표

  • ▲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인>
    <백년전쟁>에 대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백년전쟁>을 만든 <민족문제연구소>가 이인수 박사 등 이승만 대통령 유족의 고소에 대한 반박 차원으로 오늘(9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수님께서도 직접 참석하셨는데 느낌이 어땠나?

    <이> 평생 역사교육을 해 온 사람으로서 나섰다.
    우선 <백년전쟁>이라고 하는 영상을 처음 봤을 때,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사람으로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분노를 느꼈다.

    하나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양,
    [전쟁]이라는 말까지 붙여,
    마치 우리 사회가 민족주의와 친일파가 서로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 것처럼
    꾸민 것을 용서할 수가 없다.

    게다가 <친일파진영>이 대한민국의 건국세력이라고 말하는 거짓은
    그 숨은 의도가 아주 나쁘다.

    둘째는 그들이 만들어낸 동영상의 기법이다.
    (동영상에는) 고도의 선전·선동 전략이 담겨있는데
    거짓을 사실처럼 둔갑시키고 있다.

    상식적이지도 않고 진실하지도 않다.
    저런 식의 선전·선동은, 학자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용납할 수 없다.

    오늘 그들의 기자회견을 보니 한 가지 우스운 일이 있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백년전쟁>의 내용에 이의가 있다면
    사료에 입각해서 논의를 해야 하고, 학계의 연구에 맡겨야 한다고 말 한 것이다.

    그러면서 오늘 발표한 연구소 사람은
    <백년전쟁>의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비학문적이고 비합리적으로 대응한다고 비난했다.

    그런데 이 말은 정말 내가 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입으로는 그렇게 바른 말을 잘 하면서,
    정작 하는 행동을 보면 비학문적 수법을 쓰는 것이 그들이다.


  • ▲ 9일 오전 '백년전쟁'의 역사왜곡 비판에 민족문제연구소가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9일 오전 '백년전쟁'의 역사왜곡 비판에 민족문제연구소가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인> 그 이중적 태도, 정말 문제라고 본다.

    <이> 악랄하고 경악스럽다.
    <백년전쟁>을 보면 처음에 나치 1급 전범이었던 괴벨스와 히틀러가 나온다.
    그러면서 아주 묘하게 이승만과 박정희를 연결시킨다.

    나는 전공영역이 러시아역사, 러시아혁명사다.
    때문에 공산주의자들이 역사를 정치도구화하기 위해
    얼마나 전문적으로 조작을 해 왔는지 잘 알고 있다.

    스탈린은 2인자였던 트로츠키를 아예 역사에 없는 인물로 만들었다.
    스탈린의 역사조작은 정도가 워낙 심해서,
    훗날 소련에서도 스탈린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책을 많이 폐기했다.

    교육자로서는 386세대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공산주의가 왜 나쁜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

    소련이 붕괴하고 전 세계적으로 공산주의가 퇴보할 때,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주사파>가 득세했다는 사실이 좋은 예다.

    이들은 반대한민국-반미를 주장하면서 이승만 대통령을 그 상징으로 본다.
    대한민국을 건국한 사람들을 반민족 세력으로 몰고 가는
    일관된 테마를 갖고 있다.

    교육자로서 본다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날 기자회견을 보면 굉장히 조사를 많이 한 것 같다.
    이승만 대통령과 건국세력을 작심하고 비하하기 위해
    애를 정말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든다.

    <백년전쟁>, 정말 악질 동영상이다.



    <인> <민족문제연구소>에서는 <백년전쟁>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을 계속하는데.

    <이> 그 사람들이 인용한 사료만 봐도 무엇을 목적으로 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정말 그 사람들이 사료를 근거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조사하려고 했다면,
    이승만 대통령이 남긴 서신들을 봤어야 했다.
    이 대통령이 남긴 서신이 무척 많다.

    그 서신들을 봐야 무슨 고민을 했고,
    발언이나 정책을 추진하게 된 이면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것은 전부 묵살하지 않았나?

    불리하게 보이는 것들만 모아 놓고,
    자기들은 자료를 철저히 조사했다고 말하고 있다.

    연구자로서 상대할 가치가 없다.


  • ▲ 9일 오전 '백년전쟁'의 역사왜곡 비판에 민족문제연구소가 반박 기자회견을 열면서 배포한 자료집.ⓒ
    ▲ 9일 오전 '백년전쟁'의 역사왜곡 비판에 민족문제연구소가 반박 기자회견을 열면서 배포한 자료집.ⓒ


    <인> 일부러 비판할만한 것들만 모았다. 그것도 지엽적인.

    <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백년전쟁>에 대해 우려를 표한 이유가 그것이다.
    자기 나라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국민의식-국가안보와 관계돼 있다.

    앞선 세대에 대한 무례함과 오만함,
    당시 상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되지 않는 비난을 하는 것.
    교육자로서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인> 학자들이 <백년전쟁>에 참여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이> 동조하니까 나섰을 것이다.
    한편으론 그 사람들이 이용을 당했다는 생각도 든다.

    동영상에 나왔던 서중석 교수는
    “1919년 이후에 이승만을 독립운동가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부 양심이 있는 학자들은 현재 양심고백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학계 사람으로 상당히 부끄럽다.
    일반인들이 봤을 때는 교수가 나오면 무게가 실린다.
    조심히 행동했어야 했다.



  • ▲ '백년전쟁' 동영상에 출연한 역사학자들. 이만열, 정병준, 서중석, 주진오(연합뉴스).ⓒ
    ▲ '백년전쟁' 동영상에 출연한 역사학자들. 이만열, 정병준, 서중석, 주진오(연합뉴스).ⓒ


    <인> 마치 인민재판을 하는 것 같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 거두절미 하고,
    <민족문제연구소> 사람들이 이승만 대통령의 친일 증거라고 내세운 신문기사만 봐도 그렇다.

    당시 이 대통령의 미국 신문 기사는
    하와이 안에서 한국 동포와 일본 사람들이 싸워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 안에서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싸운다면,
    미국인들이 한인 동포들을 부정적으로 보개 되고,
    결국 한인 동포들에게 해가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고려해 한 말이다.

    동포들이 피해를 볼 까 염려해서 그런 것인데 이걸 마치 친일의 증거라고 본다.
    너무 유치하다.



    <인> 오늘 기자회견 보면, 자기변명이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다큐라고 이야기 해 놓고나서, 그게 아니라고 발뺌을 한다.

    <이> 저의가 분명하게 보인다.



    <인> 이 사람들의 <저의>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사적이든 공적이든 이 대통령과 건국세력에 대해 이상한 적개심이 있다.

    특히 4.19로 이승만 대통령은 이미 평가가 끝난 사람이라는 말을
    여러 번 주장하는데,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러면 이승만 대통령의 독립운동이나 건국 후 업적은 전부 다 친일인가?



    <인> <민족문제연구소>의 주장이 북한의 시나리오와 너무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공산권에 편입되면 독립은 의미가 없다.
    이승만 대통령은 전 세계가 공산주의의 실체를 알지 못했던 때부터,
    공산주의의 위험성을 정확히 꿰뚫어 본 사람이다.

    국제적 안목에서,
    국제관계가 한국의 독립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한 인물이다.

    1923년에 이승만 대통령이 쓴 짧은 글이 있다.

    <공산당의 당부당(當不當)>이란 것인데,
    이때는 소련의 실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때다.

    이 대통령은 이미 그때부터 소련의 영향권 안에 들어간다면,
    독립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이것은 우리가 갈구하는 독립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남한만이라도 지켜내려고 단독정부를 수립했다.
    국가적 배경은 이승만이 스탈린보다 약했지만,
    더 노련했고 국제적 안목도 뛰어났다.



    <인> 좌익의 입장에서 본다면 공산통일을 반대한 철천지 원수가 이승만 대통령이다.
    스탈린의 국제공산주의와 대결한 것이 이승만의 자유민주주의다.
    이 대통령은 유엔을 활용해서 스탈린을 견제했다.
    그래서 미국을 설득해서 유엔 감시 하에 남북동시선거라는 카드를 내 밀었다.

    <이> 이승만 대통령을 제일 미워하는 세력이 좌익인 것 같다.
    좌익은 공산주의에 협력하지 않으면 친일로 몰아간다.
    그렇게 때문에 이승만을 친일로 몰아세우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반공을 주장했기 때문에.

    이승만이 아니었으면 스탈린과 싸워서 이길 수가 없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링컨>이란 영화를 보면 노예해방을 전후한 권력 암투를 잘 묘사하고 있다.
    어린 세대에게 큰 일을 한 위인을 모두 다 나쁜 사람으로 인식시키는 것,
    정말 병폐다.



    <인> 역사의 단절, 사회 파괴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를 가르치자는 것이 아니라 정치 선전 같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도 여전히 그대로다.

    <이> 80년대를 넘어서 90년대 들어서면서 역사교과서 내용이 뒤집혔다.
    대한민국에 대한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대거 교과서를 만드는데 동참했다.
    부끄러운 것은 당시 내가 현직에 있었는데도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
    책임감을 느낀다.

    표현이라는 것이 사건을 지배한다.
    말이라는 게 그렇다.
    4·19가 건국세력과의 대결이었던 것처럼 말을 뒤집었다.

    1948년이 건국이 아니고 1919년이 건국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화를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을 굉장히 비판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반정부와 반대한민국은 다른 문제다.



    <인> 맞다.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 4.19는 부정선거에 항거를 한 것이지, 대한민국을 부정한 것이 아니었다.
    역사교육이 뒤틀렸다.

    독립세력과 건국세력 사이에 일부러 싸움을 붙이고 있다.
    <백년전쟁>이란 말 자체가,
    통합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들어 있다.



    <인> 역사학자로서 이승만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 스탈린의 공산화 전략전술이 한국에서는 실패했다.
    분단이 된 것은 공산화를 막기 위한 불기피한 선택이었다.
    이 대통령이 무장투쟁을 반대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것도 역사 왜곡이다.

    이 대통령은 무조건적인 무장투쟁을 반대했다.
    국제사회에 좋은 인상을 줘야 독립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우리도 알카에다 등의 테러조직을 보면서 동정하지 않는다.

    이승만은 미국에게 일본이 언제 패망할지를 미리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무장투쟁을 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는 상당히 현실적이고 사람을 아끼는 인물이다.

    이승만은 파벌을 만들지 않았다.
    자기 사람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이승만의 인격에 관한 미국 CIA 보고서를 봐도
    이승만은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 외에는 다른 계산이 없었던 사람이다.

    해외에서 이승만의 정치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 대한민국과 반대한민국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백년전쟁>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들을 바르게 평가하자고 하면 보수라고 한다.
    그러면서 공산주의를 비판하면 역으로 색깔론이라고 공격당한다.
    아주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다.

    기업이 우파단체를 지원하면 불매운동까지 벌인다.
    보이지 않는 폭력이 너무 심하다.



    <인>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대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합의 입장에서 <백년전쟁>을 만든 사람들을 어떻게 포용해야 할까?

    <이> 이들은 교육과 문화현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젊은이들에게 해를 끼친다.

    시민의식을 일깨워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나라의 주인공이 될 새 세대는
    스스로 잘 못된 교육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올바른 의식을 가지고 정치인들을 움직여야 한다.
    과거처럼 정부가 권력을 가지고 해결할 수는 없다.



    <인> 통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통일을 위해서는 먼저 북한의 정치를 우리의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북한의 정치체제와 혼합을 할 수는 없다.
    이건 정신 나간 짓이다.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연약한 체제다.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위협은 좌에서도 우에서도 올 수 있다.
    인간의 양식이 지배하는 사회가 민주주의사회다.


    인터뷰어 = 인보길 본지 대표
    글 = 양원석, 윤희성 기자
    사 진 =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