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시내 19곳 외국인학교 실태 점검8곳 학교서, 자격 미달 학생 163명 ‘무더기’ 적발시교육청 "해당 학생 출교 조치"..학교 제재는 없어, 비판도
  • 외국인학교 입학비리. 지난해 11월, 인천지검은 위조 입학서류를 이용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학부모 47명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검찰이 공개한 위조시민권, 여권 등 증거품들(자료사진).ⓒ 연합뉴스
    ▲ 외국인학교 입학비리. 지난해 11월, 인천지검은 위조 입학서류를 이용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학부모 47명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검찰이 공개한 위조시민권, 여권 등 증거품들(자료사진).ⓒ 연합뉴스

     

    국내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자녀와, 해외에서 돌아온 학생들을 위한 외국인학교가 일부 부유층 자녀들의 귀족 교육을 위한 장소로 변질된 사실이 드러났다.

    10일 서울시교육청은 시내 19개 외국인학교에 대한 실태점검을 벌이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시 교육청은 지난해 9월 26일부터 10월 31일까지 19곳의 외국인학교 재학생 6,521명에 대한 입학실태를 일제 점검했다.

    외국인학교 중 초중등 과정 없이 유치원만 운영하는 3곳은 이번 조사에서 빠졌다.

    조사결과 시 교육청은 모두 8개 학교에서 163명의 입학자격 미달자를 적발하고,
    이들에 대한 [출교(제적 또는 퇴학)] 조치를 6월까지 마무리할 것을 해당 학교에 지시했다.

    현행 법상 외국인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은,
    ▲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자녀
    ▲ 외국에서 일정기간 이상 거주하고 귀국한 한국인 자녀
    ▲ 학생의 국적과 상관없이 부모 중 한쪽이 외국인인 경우
    ▲ 부모가 모두 한국인으로 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한 경우 중,
    어느 하나의 사유에 해당해야 한다.

    특히, 마지막 사유를 이유로 한 입학생은 전체 정원의 30%를 넘을 수 없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외국인학교들은 이런 입학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유형별로는 한국인 학생의 외국 거주기간을 확인하지 않은 경우가 149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14명에 대해서는 부모가 외국인인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적발된 학교를 기준으로 하면, 영미 계열 4곳 12명-프랑스·독일 등 유럽계 2곳 93명-화교 학교 2곳 58명이었다.

    개별학교 중 적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종로에 있는 프랑스권 학교인 <하비에르국제학교>로, 재학생 211명 중 무려 91명이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한국한성화교중고등학교>와 <한국영등포화교소학교>가 각각 48명과 10명을 차지해, 일부 부유층 사이에서 조기 유학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화교학교]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영미계 학교]들은 지난해 말 이뤄진 검찰 수사로,
    대부분의 부정입학자들이 출교조치를 받아, 상대적으로 적발 사례가 적게 나타났다.

    앞서 인천지검은 <서울드와이트외국인학교>, <덜위치칼리지서울영국학교> 등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부정입학생 48명의 명단을 시교육청에 통보했다.

    시교육청은 이 가운데 45명이 이미 자퇴 또는 제적처리 됐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3명 중 1명은 이의 신청을 냈고, 2명은 서류만 내고 실제 입학은 하지 않았다.

    시교육청이 무자격 입학생들을 출교 조치하도록 지시를 내렸으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시교육청이 개별 학생들에 대한 출교만을 지시했을 뿐,
    이번 사태를 초래한 해당 학교 및 학부모에 대해 고발이나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고의성]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학교나 학부모가 고의로 법령을 위반 했다기보다는 업무처리 미숙으로 일어난 [과실]이란 설명이다.

    적발된 학교들이 앞으로 교육청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고, 학생들의 출교로 운영상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으므로, 실제 행정처분을 받은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논리도 곁들였다.

    나아가 시교육청은 적발된 학교들이 출교지시를 거부하는 경우, 정원감축 등 추가조치를 내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무자격 학생들에게 [입학 취소]가 아닌 [출교]지시를 내린 이유도 밝혔다.

    "[입학 취소]가 원칙이지만 어린 학생들을 교육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자퇴를 권고]하거나 학교가 [제적]하도록 했다.

    입학이 취소되면 외국인학교 재학 기간이 학적에 남지 않아, 국내 학교로 전학이 어려워질 수 있다."

       - 장명수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장


    시교육청이 [입학 취소] 대신 [제적] 혹은 [퇴학]처분을 내리도록 지시함에 따라, 해당 학생들은 국내 일반학교나 국제학교 등으로 옮길 수 있다.

    시교육청이 해당 학교 및 학부모들의 [고의성]을 부정했지만, 무자격 입학생이 163명이나 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일각에선 의사와 교수, 사업가 등 사회지도층 인사의 자녀가 49명에 이른다며,
    보다 엄격한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시교육청이 지시를 따르지 않는 외국인학교에 대해 정원 감축 등의 제재를 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불신하는 눈길도 있다.

    지난해 10월 시교육청이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이번 점검에서 무자격 입학생이 가장 많았던 <하비에르국제학교>는,
    2009년 시교육청으로부터 재학생 214명 중 144명이 부정 입학을 이유로 제적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9월까지 제적통보를 받은 학생 가운데 74명은 여전히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학교가 시교육청의 지시를 어겼지만 추가 제재는 없었다.

    허위자료를 낸 것으로 의심되는 외국인학교에 대한 추가 조사 계획도 나왔다.

    대상 학교는 자격 미달 학생이 없다고 통보한 <한성화교소학교(중구)>와 최근 부정입학 의혹이 불거진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외국인학교(CCS·용산구)> 등 두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