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부터 올해 2월 재시험에서도 ‘길 잃어’방사청 "근본적인 원인 추적 중…제도 바꾸겠다"
  • 6일 방사청이 지난 10여 년 동안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개발한 국산 대잠미사일 ‘홍상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했다.

    방사청은 ‘홍상어’의 근본적인 문제 원인을 찾아내는 한편, 테스트와 관련 제도도 바꾸기로 했다.

    ‘홍상어’는 나올 때부터 큰 관심을 끈 대잠 미사일이었다.
    사거리가 30km를 넘고 미군 ‘애스록(ASROC)’ 보다 정확도가 높다는 소식에 기대도 컸다.

    2011년 8월 15일 당시 국회 국방위 소속 송영선 의원은 “국산 대잠미사일 ‘홍상어’가 빠르면 8월 말 이지스구축함에 장착, 실전 배치된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해군이 지난 7월 말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에 홍상어 수직발사대 모듈과 통제·감시 장비 등의 발사체계 설치를 완료하고 지난 8월 8일부터 최종 수락(受諾)시험에 들어갔다.
    시험 결과 이상이 없으면 이달 말 실전에 배치될 예정이다.”


    이 소식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다.

    해군이 ‘잠수함 킬러’라고 부르는 ‘홍상어’는 장거리 대잠무기가 필요하다는 합참의 소요제기에 따라 2000년부터 개발해 온 ‘대잠 미사일’이다.

  • ▲ 미군의 대잠 미사일 애스록(ASROC). 사진과 같이 초기에는 핵탄두를 장착해 사용했다. 현재 미군이 사용하는 애스록은 Mk.54 어뢰에 추진로켓을 결합, 수직발사기(VLS)로 발사한다.
    ▲ 미군의 대잠 미사일 애스록(ASROC). 사진과 같이 초기에는 핵탄두를 장착해 사용했다. 현재 미군이 사용하는 애스록은 Mk.54 어뢰에 추진로켓을 결합, 수직발사기(VLS)로 발사한다.


    ‘대잠 미사일’은 물속에서 발사돼 적을 추적․유도하는 어뢰와는 달리 미사일처럼 하늘로 발사한 뒤 적 잠수함이 있는 해역에 떨어진 후 추적하는 무기다.

    ‘대잠 미사일’은 사거리가 길어 적 잠수함으로부터 안전한 거리에서도 공격이 가능한 무기다.

    대표적인 종류로 미군의 애스록(ASROC. 보조로켓추진어뢰)이 있다.
    ‘애스록’의 사거리는 최대 28km로 ‘홍상어’보다는 짧지만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

    미군은 1950년대 초반 RUR-5 애스록을 생산한 뒤 1961년 핵탄두를 탑재하는 등 개량을 거듭해 지금은 RUM-139 VL(수직발사) 애스록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무기였기에 해군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2012년 7월 홍상어의 실패가 드러났다.
    회수가 가능한 연습탄 2발과 실제 어뢰 2발을 쏘았는데, 실제 어뢰는 모두 명중하지 못한 것이었다.

    한 발은 표적을 쫓다 제 멋대로 사라졌고, 한 발은 쏘자마자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 ▲ 우리 해군이 사용하게 될 대잠 미사일 '홍상어'의 개념도. LIG넥스원이 만들고 있다.
    ▲ 우리 해군이 사용하게 될 대잠 미사일 '홍상어'의 개념도. LIG넥스원이 만들고 있다.



    이처럼 형편없는 성능을 보인 ‘홍상어’ 개발에 지난 10년 동안 1,000억 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갔다는 점도 논란이었다.
    개발을 맡은 LIG 넥스원을 향한 비난도 빗발쳤다.  

    방사청은 ‘황당한 실패’에 국방과학연구소와 제조사인 LIG넥스원, 해군의 지원을 받아 다시 시험발사를 하기로 했다.

    새로 시험발사를 하면서 파악된 낙하산 연결핀 구조 결함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보완도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2012년 10월부터 2013년 2월 25일까지 ‘홍상어’ 연습용 5발과 실제 어뢰 3발을 발사했다.
    하지만 목표물을 맞힌 것은 5발에 불과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방사청은 시험발사 문제가 아니라 ‘홍상어’ 자체의 문제로 판단, 지난 3월 4일 노대래 청장 주관 아래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품질원 관계자를 불러 회의를 하고, 6일 실무자 전원을 모아 문제해결에 나섰다.

    방사청은 ADD에 올해 8월까지 기술적인 검토를 한 뒤 보완사항을 반영해 추가 시험발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이 결과에 따라 ‘홍상어’의 2차 양산 재개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방사청은 이와 함께 국내 개발 유도무기 시험 제도도 바꾸기로 했다.  

    우선 최소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설계 상 명중률이 95% 이상인 무기는 6발, 명중률 70%인 무기는 13발 이상을 시험발사하기로 했다.

    국내개발 유도무기 초도양산품에 대한 시험발사를 의무화하고, 수입 유도무기는 판매자 책임 하에 시험발사를 실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새 유도무기의 시험 결과 분석이 가능하도록 비행기록장치(블랙박스와 유사)를 포함해 개발하도록 하고, 처음 무기를 개발한 기관이 양산 및 배치가 될 때까지 책임지고 품질을 보증할 수 있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 ▲ '홍상어'의 제조사인 LIG넥스원은 시험발사도 성공하기 전에 이미 공장을 준공한 상태다.
    ▲ '홍상어'의 제조사인 LIG넥스원은 시험발사도 성공하기 전에 이미 공장을 준공한 상태다.



    하지만 처음 무기를 설계하고 개발한 팀이 모두 해체된 상황에서 원인분석이 가능한 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여기다 1발 시험발사에 33억 원(실제 양산가격은 17억 원 추정)이 든다는 ‘홍상어’의 가격 문제, 제조사인 LIG넥스원이 이미 공장까지 지어놓은 상태라는 점 때문에 자칫 'K2 흑표 전차' 같은 '계륵 프로젝트'로 전락할까 우려된다.